
당나귀 귀 임금님의 모자를 제작한 복두장이는 죽기 전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의 비밀을 털어놓고서야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숲이 안식을 주는 이유는 항상 그곳에 있기 때문이죠. 마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품기 위해 존재하듯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안식을 주는 숲은 쿠팡에도 존재합니다. 쿠레스트(Courest) 고충상담실이 바로 그곳입니다. 물론 쿠레스트는 임금님의 비밀을 바람을 통해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어떤 고민이나 스트레스든 들어주고 공감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함께 찾아 나아갈 뿐이죠. 쿠팡의 숲을 가꾸어 나가는 Difficulties&Counseling 팀(이하 D&C 팀)을 소개합니다.

쿠팡에 상담실이 있다는 걸 아직 모르는 직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쿠레스트에서 D&C 팀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D&C 팀은 공인 자격을 가진 상담심리사들로 이루어진 팀이에요. 쿠레스트 고충상담실에서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직장생활과 개인 문제에 관한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하고요. 둘째, 직장 내 인권보호를 위한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자의 고충상담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팀소통 프로그램, 직원들의 스트레스 회복력 향상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등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레스트는 작년에 오픈한 걸로 알고 있어요. 직원들의 마음을 케어하는 팀이 생긴 특별한 배경이 있나요?
직원들의 고충 상담을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정기 안건으로 고충상담실 설치에 대해 협의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다만 노사협의회 소속의 고충처리 위원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직원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것은 상담심리사의 역할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했어요. 이후 저희 상담심리사가 쿠팡에 합류하며 지난해 9월에 본격적으로 쿠레스트가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나요?
한국에서 기업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기 시작한 역사는 이제 20년이 좀 넘었습니다. 직원들의 심신의 안정이나 스트레스가 업무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제 많이 찾을 수 있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심리상담실 운영을 아직도 복지의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삼성이나 포스코 등의 대기업 위주로 보편화된 상황입니다. 쿠팡은 상담심리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운영모델을 따르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심리상담실을 처음 도입할 때 상담심리사를 파트타임으로 채용하거나 전문 기관에 위탁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상담심리사가 조직의 문화와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역량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쿠팡의 경우에는 상담심리사이자 같은 조직에 속한 조직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정서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쿠레스트라는 이름이 특별하게 들려요. 쿠팡과 숲(Forest)의 합성어인가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고충상담실을 오픈하면서 직원들에게 이름 공모를 진행했어요. 쿠레스트는 그때 직원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쿠팡의 숲이자 휴식처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름이에요.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쿠레스트를 찾고 있나요?
이제 약 9개월 정도 운영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찾아 주고 있어요. 특히나 쿠팡은 젊은 직원들이 많고 심리상담에 대한 선입견을 비교적 적게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부담 없이 방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무로 인한 상담(40%)보다 개인적인 일(60%)을 상담하기 위해 찾는 직원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젊고 개방적인 조직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내 상담실이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상담이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어요.
상담 주제별로 보자면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 문제가 비슷하게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정신건강이나 가족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방문하는 직원들도 다수 있고요.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찾아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것이 결국 개인의 성격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갈등이나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게 되죠. 대인관계나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경우 개인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상담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조금이나마 해소를 경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나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도 더 긴장을 풀고 편안해지는 사례들을 보게 됩니다.
쿠팡에는 사무직이나 개발직 직원들 이외에도 고객서비스나 배송을 담당하는 직원 등 다양한 직군이 모여있어요. 이 중에서 D&C 팀이 특별히 신경 쓰는 직군이 따로 있나요?
기본적으로 쿠팡 내 모든 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케어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 팀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일부 직군의 경우 ‘감정노동’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직업 자체가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특별한 케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 쿠니(쿠팡 고객서비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팀 단위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명상, 심리학적 팁 등을 제공하고 동료들과의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어요. 당시 쿠니들에게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를 모두 적도록 했는데, 이 내용들을 모아보니 훌륭한 데이터가 되었어요. 이 데이터가 쿠니들을 위한 심리상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가 되었죠. 올해에는 쿠니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톡톡’이라는 새로운 힐링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6월에는 신체 긴장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명상프로그램인 ‘힐링클리닉’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특별히 신경을 쓰는 직군이 또 있나요?
쿠팡맨들 역시 쿠레스트에서 적극적으로 케어하고자 하는 직군입니다. 다만 전국에 흩어져서 근무하는 여건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때문에 필요시에는 저희 상담심리사들이 쿠팡맨이 근무하는 곳으로 직접 출장을 가거나 전화통화, 이메일 등을 통해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으로 심리적 위기나 트라우마를 겪는 직원들을 위한 멘탈 응급조치 프로그램 ‘First Aid Program’을 5월부터 제공하고 있어요. 심리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필수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First Aid Program’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직원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었다니 든든한 기분이 들어요. 개인 상담뿐만 아니라 팀 단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그렇듯이, 업무 중에 발생하는 다수의 문제들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동료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즐거운 부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요. 현재 쿠레스트에서 운영하는 팀 단위 프로그램으로는 ‘MBTI 소통 프로그램’과 ‘치유, 나와 만나는 시간’이 있습니다. ‘MBTI 소통 프로그램’은 팀원들의 성격유형을 분석해 소통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고, ‘치유, 나와 만나는 시간’은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부서가 참여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상담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층 안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쿠레스트에 찾는 걸 어려워하는 직원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요.
쿠팡 직원들의 경우 심리상담에 대한 거부감이나 선입견이 낮은 편이지만 아직도 일부 직원들은 심리상담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가는 곳’ 혹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심리상담에 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는 그 사회의 성숙도와 비례한다고 해요. 심리상담이 보편화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우리가 신체 건강을 확인하고 유지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습니다. 우리 쿠팡 직원들도 심리상담을 마음 건강을 위한 검진 또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방문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상담 여부나 내용이 회사로 보고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윤리규정에 따라 비밀보장 원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안심하시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방문해 주세요. 쿠레스트는 언제나 열려있어요!
쿠레스트 고충상담실 문의: courest@coupang.com
쿠팡의 상담심리사가 추천하는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책’

Beety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영국의 심리치료사 마리사 피어(Marisa peer)가 쓴 책으로 상처 입은 자존감을 되찾고 싶을 때 읽으면 좋습니다. 내 자존감이 어디서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아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0단계 치유 과정이 실려있어요.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들,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Yoona 〈개인주의자 선언〉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이기도 한 문유석 판사가 쓴 책이에요. 정신건강을 위해 힐링, 심리학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자기 확신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개성이나 욕구보다는 사회적인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남의 시선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도 할 수 있는 법원의 부장판사가 개인의 욕구와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부여된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과 주변 시선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을 것을 포기하거나 희생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