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서울 마포구 상수역 인근의 한 사무실. 회의실은 신입직원 채용 면접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직원이 말했다. “회사가 워낙 빠르게 크다 보니 매주 채용 면접을 보고 있어요. 늘어난 직원으로 인근에 새로운 사옥을 짓고 있을 정도예요.”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온 가구 업계에서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빠르게 성장한 가구 기업이 있다. 바로 43년 전통 삼익가구의 온라인 사업 독립법인회사 ‘스튜디오 삼익’이다. 스튜디오 삼익은 2017년 10월 설립 이듬해 매출 180억에서 지난해 매출이 640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고용도 8배 이상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850억 원. 이미 올 상반기 매출은 400억 원을 넘겼다. 스튜디오 삼익 최정석(49) 대표는 “최근 100억 원의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으면서 1~2년 안에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온라인 매출이 43년 역사의 오프라인 매출 앞질렀다
1978년 오픈한 삼익가구는 1세대 가구의 대명사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선수촌 가구 설치, 씨름단 운영 등 토종 가구 기업으로 고객들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게 되자, 온라인 중심 소비패턴을 가진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스튜디오 삼익을 설립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판도가 뒤집어졌다. 온라인 사업이 삼익가구 오프라인 사업의 3배 규모로 매출이 폭발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삼익가구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부문을 합쳐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넘길 것 같다”고 했다.
스튜디오 삼익은 합리적인 가격은 유지하되 품질은 높은 온라인 특화 제품을 만든다. 제품 주문량은 매달 70~80만 건에 달한다. 별도의 생산공장이나 창고는 없다. 40여 개 협력업체에게 가구 생산과 보관을 위탁해 가성비와 가심비(심리적 만족 추구) 트렌드에 맞춘 가구를 제작한다. 30cm 높이로 푹신한 쿠션감을 자랑하는 ‘유로탑 매트리스’, 넉넉한 수납과 조명, 충전 기능을 갖춘 ‘LED 빅서랍 수납침대’가 대표 상품이다.
가구 업계 관행 깬 쿠팡 로켓설치가 ‘신의 한 수’…100억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양질의 제품을 갖춘 스튜디오 삼익의 핵심 성장비결은 다양한 온라인 유통망에 있다. 영국 가정용품 브랜드 B&Q, 이랜드 등 가구 업계에서 25년 일한 최 대표는 온∙오프라인 가구 유통 전문가다. 현재 자사몰 포함 25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최 대표는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쿠팡이 스튜디오 삼익의 ‘넘버1’ 유통채널이라고 말한다. 올해 쿠팡 매출 목표만 200억 원이다.
스튜디오 삼익은 지난해 9월부터 쿠팡 월 매출이 종전 10억 원에서 두 배 가까이 점프했다. 비결은 쿠팡 로켓설치에 있었다. 로켓설치는 쿠팡이 직매입한 제품을 당일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과 함께 전문기사가 설치를 전담한다. 기존에 1~2주 소요되는 대형 가구 배송과 설치기간이 단 하루로 줄어든 것이다. 로켓설치를 시작하자, 회사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고객 주문량이 평소 대비 2배 폭증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협력업체 인력 충원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부랴부랴 뛰어다니며 주문량을 맞췄다고 했다. 로켓설치에 맞춰 공장을 확장하고 창고를 증축한 협력업체만 10곳이 넘는다.
“쿠팡이 제품을 직매입하는 로켓설치는 가구 업계의 관행을 한순간에 깼어요. 수십 년간 가구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주문한 제품이 제때 올까?’였거든요.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배송이 불확실해 하염없이 기다리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들도 인테리어 공사와 영업에 맞춰 필요한 가구를 제때 받을 수 있고, 코로나 시대에 집을 자주 꾸미고 싶은 고객들의 잠재된 소비 욕구도 살아났어요. 무엇보다 그동안 제품 개발과 단순 유통에만 주력한 가구 업계에 배송과 설치가 새로운 어젠다로 급부상했어요.”
로켓설치로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지난 4월 한국투자파트너스∙신한벤처투자∙라이언자산운용 3곳으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는 “’로켓배송과 설치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가구회사’로 어필해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가구 업계는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투자나 상장과는 거리가 먼 업종이었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가구업체들이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상장을 추진했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망 한계로 포기한 사례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스튜디오 삼익은 빠른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유통 역량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투자를 유치했다는 설명이다.
빠른 성장으로 4년 만에 고용 8배…고객 피드백으로 제품 개선
회사의 핵심 고객 응대 철학도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상품이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되는 마지막 과정)에 있다. “제품 설치를 완료한 고객 피드백으로 제품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소파에서 소리가 난다” 같은 고객 리뷰가 있으면 제품을 고쳐서 재판매하거나 물건을 내린다. 최 대표는 “제품 품질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책장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갈까?’ ‘손님이 원하는 위치에 놓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며 “여러 인터넷몰 중에서도 고객 10명 중 2~3명은 꼭 리뷰를 남기는 쿠팡을 매일 집중 분석한다”고 말했다.
빠른 성장은 직원 고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6명으로 출발한 직원 수는 8배 이상 늘어 현재 50여 명이다. 영업팀 박경민(26) 씨는 “2년간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온라인 가구 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입사했다”며 “온라인에서 고객 반응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최 대표는 “코로나 시국에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회사 성장으로 직원들에게 동종업계 대비 우수한 수준의 대우와 성과 보상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