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은 사면(四面)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마을은 인구가 1만2000여 명(1970년)에서 지난해 3,949명(통계청 조사)으로 50년간 68%가 감소한 만큼 한적했다. 그러나 조용한 시골 마을 한복판 ‘한일의료기’라는 간판이 달린 전기매트 공장(3,700평)은 시끌벅적했다. 직원들이 10t 간선차 2대에 전기매트 상품 수백여 개를 싣고 있었고, 공장 내부에선 전기매트 열선 설치와 박음질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직원이 말했다. “9월 들어 하루 전기매트 출하량이 800장~1,000장으로 뛰었어요. 찬바람이 부는 10월부터 하루 2,000~3,000장씩 출하할 것 같아 모두 바쁜 상황이에요.”

창업 40년 만에 쿠팡만으로 연 매출 100억 원의 벽을 뛰어넘은 지역 중소기업이 있다. 1982년 창업한 전기매트∙전기요 전문 중소기업 한일의료기다. 재래시장∙마트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100%에 달하던 이 회사는 30년 넘도록 연 매출 50~60억 원을 넘어보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쿠팡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지난해 쿠팡에서만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더니 전체 연 매출 180억 원을 달성한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 원이다. “40년 사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100억이라는 매출을 내본 일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한일의료기 배철식(40) 대표를 만나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들었다.

수십 년간 재래시장∙마트 매출 비중 100%… 수억 원씩 외상 대금 못 받은 중소기업

한일의료기는 전기매트∙전기요 분야에 정평이 난 중소기업이다. 제품 개발에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국내산 주요 자재로 전기매트를 만든다. 둘째, 전기매트 열선 같은 핵심 온열 부품을 자체 노하우로 직접 제작한다. 미싱∙열선 제작 분야에서 10~20년 넘은 전문가들과 함께해온 한일 매트의 제품 불량률은 0.1% 내외다. 이런 노력으로 한일의료기는 쿠팡 전기매트∙전기요 카테고리에서 1위에 올라있다. ‘황토 참숯 온돌마루 전기매트’, 순록 무늬 전기요는 인기 제품들이다.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10년 전 경영을 물려받은 배 대표는 전기매트 재래시장 배달로 시작하며 경영에 뛰어들었다. 제품의 주요 납품처는 서울 화곡동∙동대문을 비롯한 부산∙대구 지역 도매시장 60%, 대형마트∙가전 할인점 40%로 오프라인 비중이 100%였다.

“쿠팡 입점 전인 2018년까지도 핵심 고객은 재래시장이었습니다. 주요 대형마트로 판로를 확대하긴 했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겁니다. 주요 고객층이 50·60세대 중장년층에 한정돼 있었거든요.”

배 대표는 외상 거래가 흔한 재래시장에서 대금 지급을 제때 받지 못해 힘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을 때면 급하게 신용대출을 받곤 했다. 그는 “적을 때 2,000~3,000만 원, 많을 때 1~2억 원씩 외상 대금을 못 받았다”며 “거래처에 ‘외상 거래를 중단해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국 관행을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직원 추가 고용은 꿈도 못 꾼 일이었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온라인 시장 활로 개척…빠른 고객 반응, 무료반품 등 타 쇼핑몰과 달라

위기를 느낀 배 대표는 직원들에게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자”고 말했다. 2018년부터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다. 직원들은 이 가운데 쿠팡에 집중하자고 했다. 쿠팡 직매입을 통해 로켓배송을 활성화하면 안정적으로 납품 대금을 정산 받을 수 있고, 또 20~40대 고객들을 늘릴 수 있는 핵심 쇼핑 플랫폼이라 봤기 때문이다. 2018년 입점 시작으로 2019년 로켓배송에 진출했다. 그는 “직매입 기반의 로켓배송을 통해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갖추자 매출이 빠르게 뛰었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성공 포인트는 20~40대로 고객층을 확대하는데 있다고 판단했다. “색깔이 촌스럽다” “박음질에 신경 써 달라” 같은 고객 리뷰를 반영한 제품 리뉴얼을 위해 디자인 담당 직원을 채용했다. 네잎클로버, 북극곰, 순록 무늬의 컬러감 있는 제품을 적극 개발했더니 젊은 고객들의 구매가 빠르게 늘었다. 2019년 쿠팡에서만 매출 50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지금 한일의료기의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각각 60%, 40%다. 그는 “과거엔 도매시장에 납품하다 보니 고객 접점이 없었는데 쿠팡에서의 수많은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며 성장했다”며 “수많은 가전 할인매장 매출 다 합쳐도 쿠팡을 못 따라갔다”고 말했다.

쿠팡이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회사는 지난해 공장 앞 부지를 매입해 쿠팡 전용 제품을 따로 보관하고 출고하는 800평 규모 창고를 지어 운영 중이다. 배 대표는 “재고 부족이 없도록 쿠팡에 매일 출고할 제품만 따로 생산, 관리한다”며 “구매할수록 제품이 더 고객들에게 잘 노출이 되어 잘 팔리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켓배송과 함께 무료반품 정책을 쿠팡의 핵심 장점으로도 뽑는다.

“최근 몇 년간 제주도 고객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제주도 지역에서 로켓배송과 빠른 반품이 쿠팡 덕분에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아닌 다른 유통채널에선 기본 배송비 외 도선료(3,000~5,000원)를 고객이 부담하고 택배 시간도 오래 걸려 불만이 많았거든요. 쿠팡의 로켓배송, 무료반품 서비스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개선에 집중하니 생산성이 올랐습니다. 반면 다른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 반응이 느리고 배송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직원 급여 올리고 고용 2배 늘려…지역에서 40여 명 신규 고용 창출

한일의료기가 쿠팡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듬해 코로나가 터졌고 재래시장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배 대표는 “매출이 빠르게 성장 중이었기 때문에 타격이 적었다”며 “쿠팡이 아니었다면 보유한 공장과 창고를 임대로 내놓거나 빚을 냈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쿠팡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업했다는 것입니다. 우물 밖으로 나오질 못한 것이지요. 경쟁업체들은 수년 전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지만, 우리 회사는 오프라인 채널 유지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에서의 성장으로 한일의료기는 4년 만에 고용이 2배 이상 늘어났다. 2017년 한일의료기의 고용인력은 약 25명. 지금은 65~70명에 이른다. 전기매트 비성수기인 여름에 단기직 고용을 10~20% 줄이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최근 1~2년은 고용을 오히려 늘렸다. 배 대표는 “회사 주변이 고용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지역에서 단기직 포함 고용을 30여 명 늘렸다”고 말했다.

입사 5개월 차인 마케팅 담당 전용준 과장(35)은 “이름있는 스포츠용품 제조기업에 다녔지만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며 “지역에 있고 분야는 생소하지만 쿠팡 중심의 빠른 성장세에 매력을 느껴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회사 성장과 함께 직원 복지와 지역 사회에 환원에도 힘쓸 계획이다. 직원 급여는 쿠팡 입점 전과 비교해 10~15% 늘렸다. 매년 파평면 두포리 일대 독거노인에게 전기매트 200장을 정기적으로 기부한 한일의료기는 올해부터 400~500장씩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직원에게 좋은 복지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에 필요한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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