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우리 집 대문 앞에 도착하는 걸까요? 어떻게 그렇게나 다양한 상품을 구비할 수 있을까요? 365일 배송하면서 물류센터 직원들은 어떻게 주5일, 52시간 이내 근무를 지킬 수 있을까요?  

현재(2020년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회사인 쿠팡의 물류센터 일자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디어에서 쿠팡을 취재하는 기자분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 중 하나도 바로 물류 현장의 모습 아닐까 합니다. 

쿠팡은 전국 30여 개 도시에 물류 시설 100여 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체험담과 근무 팁들도 찾아볼 수 있고, 언론사 기자분들의 체험기 기사들도 적잖게 있죠. 하지만 단편적인 체험기들만으로는 쿠팡의 물류센터 근무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 뉴스룸 팀이 고객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 FC)에서 직접 일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류센터 자료를 모아 전반적인 업무 흐름도 정리해 봤습니다.  

이번 리포트를 위해 경기도 용인1센터(상온)에서 ‘출고 집품’ 업무로, 그리고 평택2센터(신선)에서 ‘허브’ 업무로 근무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쿠팡의 로켓배송과 근무환경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로켓배송의 마지막 단계인 배송 업무에 대해 궁금한 분은 지난 7월 뉴스룸 ‘플렉스’ 스토리를 보시기바랍니다.)  

물류센터 근무 신청하기 

쿠팡 물류센터는 2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상품을 취급하는 상온센터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저온 신선센터입니다. 또 각각의 센터는 일반적으로 입고(Inbound: IB) – 출고(Outbound: OB) – 허브(Hub)등 3단계 공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입고는 제조업체에서 보낸 상품들을 차에서 내려 물류창고에 진열하는 과정입니다. 하차, 입고, 진열 등의 세부업무로 나뉩니다. 출고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진열대에서 집어와서 포장하는 과정입니다. 집품, 리빈, 포장 등의 세부업무로 나뉩니다. 마지막 허브는 포장된 상품을 배송지역별로 묶어서 트럭에 싣고 배송 전진기지인 ‘캠프’로 보내는 과정입니다. 이 3가지 주요 공정 외에도 재고관리(ICQA), 검품, 코비드 와처 등의 다양한 지원 업무가 있습니다. 

쿠펀치 앱 QR코드 화면

그럼 구직자는 어떻게 직무를 고를 수 있을까요? 쿠팡 물류센터에 단기직으로 지원하려면 인터넷, SMS 문자, 앱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쿠펀치’ 앱을 통해 신청했습니다. 쿠펀치를 쓰면 전국 각지의 쿠팡 물류시설에서 어느 날에 어떤 일자리들이 나와 있는지를 쉽게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도 간편하고요. 근태 관리와 급여 확인도 할 수 있으니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깔아야 하는 앱입니다. (쿠펀치 안드로이드iOS 설치하기) 

쿠팡 단기직의 최대 장점은 내가 원하는 날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짬짬이 근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씩 내 맘대로 근무일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사정상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활용하시고, 대학생 아르바이트로도 인기가 있죠. 물론 쿠팡은 장기간 근무하는 단기직 사원들에게 상시직 전환을 제안 드리고 있습니다. 

1일 차: 용인1센터 집품 업무 

이번에 제가 처음 선택한 근무지는 용인1센터입니다. 그리고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알려진 출고 공정의 ‘집품’ 업무를 선택했습니다.  

안전화와 목장갑 

업무일이 됐습니다. 평일이었고 저는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주간 근무조로 일했습니다. 셔틀버스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니 접수대가 보입니다. 쿠펀치를 이용해 출근을 등록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 대기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대책에 따라 FC에 오는 모든 사람은 온도 체크와 손 소독을 한 이후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의자들은 2m 이상 떨어져 있으며 마스크는 항상 착용해야 합니다. 

곧 인솔자를 따라 안전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안전교육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내 몸을 지키는 안전상식뿐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의 전체적인 업무 흐름에 대해서도 알려주니 잘 들어 두면 나중에 일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교육은 유급 근무시간에 포함됩니다. 

무거운 물건들과 장비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물류센터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일단 어떤 상황이든 절대 뛰어서는 안 됩니다. 설령 누가 서두르라고 하더라도 뛰면 안 됩니다. 무거운 물건은 허리를 굽히지 말고 다릿심을 이용해 들어야 하고요, 또 지게차 같은 장비들도 늘 살펴야 합니다.  

용인1센터에서는 상품을 진열하는 선반마다 숫자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앞 통로 쪽으로는 흰색 번호판이, 뒤쪽 통로에는 검은색 번호판이 있습니다. 흰색 번호판이 있는 통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고 검정 번호판이 있는 통로는 지게차가 다니는 길이라고 표시해 두는 것입니다. 사람과 지게차의 동선을 원천적으로 분리해서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것인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동선이 겹치는 교차지점이 있으므로 작업자는 늘 주위를 잘 살펴야 합니다. 

안전교육이 끝나자 저를 포함한 다섯 명의 신규 사원들은 소독이 완료된 안전화로 갈아 신은 후 소지품을 개인 락커에 넣고 집에서 가져온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안전화는 무거운 물체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보호 갑피로 싸여 있는 신발입니다. 모양과 착용감은 등산화와 비슷합니다. 저는 발 모양이 평발이라 특수 깔창을 미리 준비해갔는데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손가락 부분을 자른 목장갑도 준비해 갔는데 이것은 유용하게 썼습니다. PDA를 조작할 때 편리했습니다.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 

오전 9시 무렵 드디어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저를 담당한 여성 매니저는 친절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스타일이셨습니다. 작업자들 관리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카트를 밀고 상품을 운반하기도 하셨죠. 관리자가 열심히 일하니 저도 덩달아 열심히 일하게 되었습니다. 

매니저님은 저를 생수 라인에 투입했습니다. 초보자 티가 났기 때문일까요? 딱 봐도 쉬운 일을 맡기셨습니다. 2인 1조로 일하는데, 연배가 좀 있으신 베테랑 작업자께서 500mL 생수병 20개짜리 묶음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면 저는 그 위에 재빨리 송장(배송주소가 적힌 스티커)을 붙이는 역할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꿀 보직이 있나 싶었죠.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지나가는 생수 위에 스티커를 하나씩 탁탁 붙였습니다. 몸은 편했죠. 그러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붙인 스티커는 다 삐뚤빼뚤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미술 과목에서는 젬병이었는데 그 똥손이 어디 가나 했네요. 손끝이 무디다 보니 보호지에서 스티커를 빨리 분리하지 못해서 허둥지둥하다가 지나가는 생수 묶음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베테랑 파트너께서 쯧쯧 하며 붙잡아서 다시 붙여주셨습니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요? 결국 매니저님이 “사원님…”하고 저를 부르시더니, 다른 일을 맡기셨습니다. 저도 맘이 편해졌습니다. 스티커 붙이기는 제 적성이 아니었던 거죠.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직원에게 사원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이번에 주어진 임무는 생필품 집품이었습니다. 집품은 물건을 집는다는 뜻이죠.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카트를 끌고 넓은 물류센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선반에서 물건을 하나씩 넣으면 됩니다. 단기직 사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집품 업무를 하면 손목에 PDA를 찹니다. 이 PDA 화면에 내가 집어야 하는 물건의 위치와 사진과 개수가 뜹니다. 그대로 잘 따라가서 카트에 물건을 넣고 PDA에 확인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 위치로 이동하는 거죠. 캔 음료수 같은 것을 10개, 20개 묶음 단위로 집어야 할 때는 좀 무거울 수 있지만 바퀴 달린 카트를 사용하는 데다가 위아래층을 오갈 땐 카트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있어서 많이 힘들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 간섭 없이 혼자서 내 리듬에 맞게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작업자를 돕는 랜덤 스토우 방식 

쿠팡 물류센터의 AI 시스템은 작업자들의 걸음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동선을 짜줍니다. 특히 손목에 찬 PDA를 보면 이번에 집어야 할 물건뿐 아니라 다음에 집어야 할 물건의 위치까지 미리 알려주는데요, 그러니까 조금만 머리를 쓰면 카트를 효율적으로 움직여가며 걸음 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다음번 물건과 가까운 방향에 카트를 두고 조금 걸어가서 물건을 집어오면 이동이 더 편할 수 있죠.  

또 쿠팡의 데이터 과학 연구자들은 상품 진열 알고리즘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품 업무를 할 때 작업자가 하나의 품목에서 다음 품목으로 이동하는 평균 거리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작업자가 똑같이 10개를 담는다 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총 걸음 수가 확 줄어든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혁신이 가능할까요? 쿠팡 물류센터에는 같은 품목이 여러 위치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A사의 식용유 제품과 B사의 배드민턴 라켓이 이쪽 선반에도 있고 저쪽 선반에도 있을 수 있는 거죠. 이것을 ‘랜덤 스토우’(Random Stow) 방식이라 부릅니다. 많이 팔리는 제품일수록 여기저기 여러 곳에 반복 진열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무질서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작업자들의 걸음 수를 최대한 줄여줄 수 있는 자리를 AI가 찾아서 정해준 것이죠.  

이때 작업자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내가 집어야 할 것과 같은 품목이 눈에 보였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집어서는 안 되고요, 꼭 정해진 칸에서만 집어와야 합니다. 이것만 지키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퇴근할 때까지 무난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소소한 재미들 

집품 업무에는 부수적인 재미도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물건들을 사는지 구경하는 재미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먹는 조미김이 어떤 제품인지도 알게 됐고, 아기용 기저귀 못지않게 많이 팔리는 게 성인용 기저귀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이지만 여전히 필름 사진용 사진첩을 구매하는 로맨티스트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왜 고양이 모래가 무겁다고 하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쿠팡 뉴스룸 팀원으로서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일하다가, 오래간만에 팔다리를 움직여가며 일하다 보니 힘도 들고 땀도 났습니다. 당연하죠. 세상에 처음부터 쉬운 일이 있을까요.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라 할지라도 그것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그 나름의 그 노하우와 역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 저보다 몸이 약해 보이는 분들,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과 젊은 여성분들도 경력이 쌓이면서 능숙하게 상품을 운반하시고 포장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직업과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푸짐한 식사와 국민체조 시간(?) 

그럼 식사와 휴식은 어땠을까요? 밥맛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평소 가는 사무실 구내식당보다 훨씬 더 맛있고 푸짐했습니다. 밥과 반찬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오전 오후 한 번씩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휴게실에 준비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 작업장에는 얼린 생수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일할 때 카트에 넣고 다니면서 시원하게 조금씩 녹여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선 다 같이 모여서 국민체조를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10년 전의 저였다면 ‘웬 체조?’라고 시큰둥했겠지만, 이젠 저도 신체 이곳저곳이 삐거덕거리는 나이입니다. 체조와 스트레칭은 부상 위험과 근육 피로를 크게 줄여줍니다. 앞줄에서 가장 열심히 국민체조를 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약 20분 남았을 때 저희 집품조가 할 수 있는 일이 다 끝났습니다. 제가 열심히 활약한 덕분일까요? 그렇게 믿고 싶네요. 바로 집에 간다면 좋겠지만 셔틀버스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죠. 신발을 갈아 신고 시원하게 세수를 한 다음 시원한 휴게실에 앉았습니다. 음료수를 마시고 스마트폰을 보며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지침 때문에 같이 일한 분들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게 살짝 아쉬웠네요.  

이날의 소감을 말하자면,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몸은 힘들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신선센터 허브에서 후끈하게(?) 일한 사연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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