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만나 창업 20년 만에 상장”.. 용산 전자상가에서 시작, 글로벌 진출합니다

물류센터 확장, 직원 4배 증가, 생활가전으로 제품 확대 등 성장 지속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의 한 사무실. 20평 크기의 쇼룸에서 은은한 푸른색 LED 조명이 컴퓨터와 헤드셋 제품을 비추는 가운데 무지개색 키보드 수십 대가 불빛에 반짝거렸습니다. 수도꼭지 물이 자판에 흘러내리는 키보드 한 대가 눈에 들어왔는데요. “저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완전 방수 키보드에요. 음료나 커피를 키보드에 쏟아도 아무런 고장 없이 잘 작동한답니다.”

오광근(49) 대표가 이끄는 앱코(ABKO)는 가성비 기계식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웹캠 등을 파는 국내 1위 PC 게이밍 장비 기업입니다. 흐르는 물을 부어도 정상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완전방수 광축 키보드, 드라마 ‘도깨비’에서 인기를 끈 조약돌 타입 키캡의 ‘벚꽃 키보드’가 모두 앱코의 제품입니다. 앱코는 국내 게이밍 키보드(49%), 헤드셋(51%), PC케이스(65%) 분야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다나와리서치 ∙2020년 1분기 기준).

앱코는 지난해 1532억 원의 매출(영업이익 235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화제를 낳았는데요. 오 대표가 “독보적인 PC 부품기업을 창업해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꿈을 품고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PC 부품 사업에 뛰어든 지 20여 년 만이었습니다. 그런 오 대표가 상장의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밝힌 것은 제품도, 디자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쿠팡 로켓배송’이었죠. 오 대표를 만나 앱코의 상장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7년 전 매출 90%가 오프라인 PC방…지금은 매출 90%가 온라인에서 발생

앱코는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 상반기 701억 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앱코의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쿠팡은 단일 유통채널로 매출 1등입니다. 지금 앱코 매출의 90%는 온라인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습니다. 앱코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죠. 용산 전자상가에서 2001년 그래픽 카드 유통으로 시작, 조립 PC 케이스로 매출 100억 원대 회사를 일궜지만 주요 매출처는 오프라인 PC방이었습니다. 중국 광저우 연구개발 센터(R&D)에서 설계∙개발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앱코가 2015년 개발한 국내 첫 완전방수 광축 키보드도 주요 공급처가 PC방이었습니다.

“PC방에서 사용하던 10만 원대의 기계식 키보드는 조금의 물이라도 엎지르면 고장 나기 일쑤였습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나노 분사 코팅 등 첨단 기술력으로 완전 방수가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를 개발해 기존 PC방 키보드 가격의 40% 수준으로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국내 PC방 10곳 중 9곳이 앱코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마침 오버워치 같은 PC 온라인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면서 게이밍 장비가 빠르게 2030 고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오 대표는 2016년 직원 워크숍에서 했던 발표를 기억합니다. “앞으로 4년 뒤인 2020년은 상장(IPO)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빠르게 도약해 꿈을 실현합시다.”

코로나 시기 쿠팡 매출 3배 증가…온라인 중심 물류 혁신과 배송 경쟁력이 상장 이끌었다

앱코 제품은 나날이 인기가 높아졌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 이어 2018년 드디어 쿠팡에 입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에 반드시 매료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상품 품질 제고, 전문 인력 채용, 마케팅 등 쿠팡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주요 고객인 2030 세대들은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받고 싶어 합니다. ‘제품 혁신’도 중요하지만 ‘물류와 유통 혁신’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당시 쿠팡이 1위 사업자는 아니었지만, 비교불가한 우위인 로켓배송으로 1~2년 후 매출이 50억, 100억 이상 뛸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경쟁기업들은 로켓배송에 관심 없었지만 저희 관점은 확고했습니다.” 로켓배송 물량을 늘리기 위해 앱코는 게이밍 장비 업계 최초로 경기도 김포시에 2,800평(9,256㎡)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했습니다.

고객 목소리는 즉각 제품 개선이나 개발로 연결했습니다. 마케팅팀 이지은(30) 대리는 “쿠팡 고객들의 리뷰는 전문가 수준의 ‘논문’ 느낌이 들 정도로 디테일해 제품 개선에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상장을 1년 앞둔 시점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요 거래처인 PC방 매출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러나 ‘홈 PC방’ 열풍으로 PC 게이밍 장비 수요가 도리어 높아졌습니다. 재택근무 증가로 웹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가성비를 갖춘 4~5만 원대 앱코 웹캠은 주요 대기업에 버금가는 인기 제품에 등극했습니다.

오 대표는 “지난해 쿠팡 매출이 2019년 대비 3배 이상 폭발 상승하며 가장 어려운 시기가 기회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금융권 투자자들에게도 쿠팡 상위권에 드는 제품 판매량은 좋은 투자 포인트였습니다.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이 81%로 폭발 성장하며 상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제 꿈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상장이었습니다. 쿠팡에서의 성장은 상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전에 없던 온라인 중심의 물류 혁신과 배송 경쟁력을 시장에 입증하고 압도적인 고객 수를 보유한 쿠팡에서 여성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며 고객층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물류센터, R&D 투자…”상장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도약”

상장의 꿈을 이룬 오 대표의 다음 목표는 전 세계 고객을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이 앱코의 제품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상장 유치 자금으로 제품 R&D, 물류시설, 글로벌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비상장기업으로는 매출 1,000억 원대 한계를 넘지 못해 대규모 투자 유치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증시에서 유치한 자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앱코는 “감성이 더해진 생활가전”이란 컨셉으로 마사지기, 칫솔 살균기를 망라한 생활가전 브랜드인 오엘라(OHELLA)를 런칭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설 계획입니다. 김포에 내년 중 7,000평(2만3140㎡)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 착공할 계획이고, 직원 수는 2014년 40명에서 현재 150명으로 늘었습니다.

 “앱코는 창업부터 함께한 파트너사들과 지금까지도 함께 할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며 앞으로 동반 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직원들에 대한 성과 보상 제도도 강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