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1살에 연봉 4600만 원’ 최연소 쿠팡친구 “집안 형편 때문에 시작했다가 꿈 찾았죠”

‘군필 또는 병역 면제자 우대, 00 졸업 이상’. 이 같은 문구들은 여러 기업∙기관의 신입 채용공고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자격 조건들입니다. 그러나 쿠팡의 쿠팡친구(배송직 직원)는 이 같은 채용 통념을 깨는 직업이죠. 학력∙경력 같은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만 19세, 대학 휴학, 군 미필…이 같은 조건에서도 2년 전 쿠팡친구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1999년생인 그는 생일(11월)이 아직 지나지 않은 만 21세. 1만5000명이 넘는 전국 쿠팡 친구 가운데 최연소 정규직인 강호준 씨 이야기입니다. 그의 연봉은 4600만 원인데요. 통계청의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4세 평균 임금은 215만2000원, 대졸 이상 평균 임금은 231만 원으로 20대 초반의 호준 씨의 연봉은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꿈 없는 학생에서 10~30살 더 많은 조원 이끄는 ‘캡틴’으로

호준 씨는 현재 경기도 구리 쿠팡 배송캠프에서 성북구 보문동 일대 야간 배송을 맡고 있습니다. 캠프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 매일 밤 9시 30분쯤 출근해 배송하고 오전 7시쯤 일을 마칩니다. 배송 업무와 함께 그룹 리더 업무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7월부터 조원 18명의 배송을 이끄는 그룹 리더(GL)가 되어 그보다 적게는 10살에서 30살까지 많은 동료 조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일터에서 ‘에이스’로 통한다고 합니다.

호준 씨는 학창 시절만 해도 꿈이 없었다고 합니다. 성적은 늘 하위권을 맴돌았고, 학교에서 “책상에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다”고 회상합니다. 학교가 끝나면 보통 PC방에서 살기 일쑤였다고요.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어요.” 2018년 봄, 컴퓨터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을 했지만 기대와 달랐습니다. “취미였던 컴퓨터 게임과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목표 의식 없이 자존감만 낮아졌어요.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는 바람에 살이 110kg까지 찌기도 했어요.”

당시 집안 형편마저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등록금을 보태기 위해 낮엔 학교, 저녁엔 쿠팡 플렉스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저녁 10~11시까지 일했어요. 그때 난생처음으로 ‘일이 재밌다’고 느꼈어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운전은 자신 있었거든요. 처음 가보는 동네 골목을 누비면서 좁은 골목길을 운전하는 성취감이 컸어요. 저만의 주차 포인트를 찾는 것도 정말 재밌었고요. 그러면서 살도 빠지고 돈도 벌게 됐습니다. 매일 쿠팡 플렉스를 하면서 한 달에 100~14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떨어지고 쿠팡친구는 합격…”쿠팡은 학력, 경력 제한 없어”

7개월간 쿠팡 플렉스로 일한 그는 대학을 휴학했습니다. 여전히 불안정한 집안의 경제적 사정과 진로는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진로는 쿠팡친구였습니다. 어떤 직업보다 자유롭고 가장 재밌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2019년 9월 군입대를 미루고 쿠팡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전 한 달 60만 원 정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채용 조건이 ‘군필’이어서 떨어졌다는 거예요. 그러나 쿠팡친구는 이 같은 채용 조건이 없습니다. 사실 공부와 벽을 쌓고 살았지만 어릴 때부터 저도 ‘공부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았어요. 그런데 쿠팡에서 편견이 깨졌어요. 입사하고 성장하는데 학벌이나 경력, 나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시기에도 ‘혹시 군 미필이 결격사유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정규직이 되었고 더욱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 쿠팡친구 채용공고에는 경력, 학력, 연령, 성별 제한 같은 자격 조건이 없습니다. 운전면허(1종 또는 2종 보통)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죠. 또 근무 의욕과 열정, 성실성만 입증되면 누구나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쿠팡친구 신규 입사자들은 배송 역량에 따라 연 3500만 원~4800만 원의 연봉이 가능합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대졸 정규직 초임(연 3391만 원∙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근로실태조사 분석)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또 4대 보험, 자녀보육비, 본인 및 가족의 단체보험과 건강검진은 기본이고 배송 차량, 유류비, 통신비, 차량 부대비용도 전액 지원하고 배송역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호준 씨는 “입사 전만 해도 이 연봉을 받게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동료들은 호준 씨에 대해 “캠프 최고의 인기 실력자”라고 입을 모읍니다. 쿠팡친구 입사 1년을 맞은 진은섭(48) 씨는 호준 씨가 이끄는 그룹의 조원인데요. 그는 “건물 문이 잠겼거나, 지도로는 평지인데 실제로는 길이 꼬불꼬불하거나, 아파트단지 배송 루트를 몇 동부터 시작하는 게 나은지 ‘강 캡틴’에게 물어보면 단숨에 해결책이 나온다”며 “나이 차이가 25살이 넘어도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합니다. 동료 안선영(49) 씨도 “배송이면 배송, 운전이면 운전 뭐든 최고 수준”이라며 “단지 최연소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난 친구”라고 칭찬합니다. 호준 씨는 “나이가 더 많은 조원들에게 2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어떤 사안이든 조심스럽고 이야기하고, 배송이 끝나면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전화 한 통 하는 것”이라고 자신만의 리더십을 설명합니다.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최고 복지…꿈은 서른 전에 결혼”

그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을 쿠팡 최고의 복지로 뽑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0개 이상 썼어요. 얼마 전엔 연차를 써서 2박 3일 부산에 여행도 다녀왔어요. 주5일 근무에 차량 및 유류비 지원, 신발 구입비, 명절 쿠팡 캐시 지급 등 복지 혜택이 정말 다양해요. 그래서 쿠팡친구 본인이 전혀 돈을 쓸 필요가 없어요. 타 택배업계 상황은 다르잖아요? 직접 택배기사가 차량도 사고, 기름값도 자기가 내야 하고…쿠팡은 몸만 와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곳이에요.”

“입사부터 지금까지 매달 월급의 60~100만 원을 부모님께 생활비 명목으로 드리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웠던 가족의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남은 돈은 미래를 위해 대부분 저축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가족, 모두 저를 응원해주고 있어서 더 힘을 내서 일하고 있어요.”

호준 씨의 꿈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독립하는 것입니다. 서른 전에 결혼하겠다는 장기목표도 세웠습니다. “추후 휴직하고 군 입대를 할 예정이며 제대 후 복직합니다. 제 꿈인 캠프 리더(Camp leader) 직에 도전하기 위해서죠. 대학교는 휴학 상태지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쿠팡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정을 받고, 학창 시절 찾지 못한 꿈을 찾은 곳입니다. 쿠팡에서 세운 인생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