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4월, 부산 사하구의 9평짜리 사무실. 밀키트(Meal Kit) 회사를 창업한 구성민(36) 푸드서플라이 대표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2주간 인터넷을 통해 팔린 밀키트는 단 2개, 매출은 2만5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참담했어요. 창업 후 1년간 소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반이 지난 지금, 푸드서플라이는 업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860평 규모의 경기도 이천 푸드서플라이 사업장에서는 5천~1만개의 밀키트가 매일 생산돼 전국 고객들에게 배송합니다. “많을 때 한달에 30만개가 팔립니다. 이천시 인구(22만여명) 모두에게 한끼를 대접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에요(웃음)” 최근 푸드서플라이어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의 공식 식품 파트너로 선정됐으며 삼성과 협업한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밑바닥에서 사업이 성장한 계기는 2019년 말 시작한 로켓프레시 덕분”이라고 합니다. 현재 푸드서플라이 매출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릅니다. 2019년 17억 원의 매출을 낸 푸드서플라이는 로켓프레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매출이 62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 들어 9월까지 매출은 전년도를 뛰어넘었습니다(71억 원). 직원 수도 최근 2년간 2배 늘었는데요. 구 대표를 만나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쿠팡 로켓프레시 없었다면 밀키트 사업 성장 불가능 … “전국 각지로 당일 출고 가능한 곳은 쿠팡뿐”
푸드서플라이는 한식∙일식∙양식 음식 40여 가지를 ‘앙트레’라는 밀키트 브랜드로 팔고 있습니다. 트러플 크림 치즈 뇨끼, 누룽지탕, 타코를 1만원대(1~2인분) 가격에 살 수 있는데요, 미국산 초이스 등급 소고기와 파프리카, 피망 등을 곁들인 찹스테이크는 쿠팡 고객평이 9200개에 이르는 히트 상품입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셰프 출신인 구 대표가 직접 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트러플 소스가 들어간 스테이크, 치폴레와 파인애플 소스를 이용한 타코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그런 그는 배송이 느린 유통환경에서 쿠팡 로켓프레시가 아니었다면 빠른 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밀키트는 매일 새벽 입고 받는 신선한 식재료를 진공포장하고 제품을 구성해 당일 출고합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만큼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입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밀키트를 당일 생산해 출고, 배송해도 다음날 저녁 고객에게 도착해 신선도가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때문에 회사의 2017년 창업 첫해 매출은 5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2018년 매출이 5억 원으로 늘었지만 성장의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밀키트는 배송이 무조건 빨라야 비즈니스가 커집니다. 고객이 오늘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프레시는 그야말로 ‘센세이션’(sensational)한 유통채널이었어요. 그래서 2018년 하반기 로켓프레시 런칭 때부터 너무 입점하고 싶었어요. 쿠팡 브랜드 매니저들과 지속적인 협의 끝에 입점이 결정됐고 2019년 12월부터 로켓프레시에서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국 각지로 신선제품의 당일 출고 가능한 곳은 쿠팡 뿐이라서 저희 회사도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로켓프레시에 입점하자 월 매출이 5배 급증했습니다. “늘어난 주문에 식재료 공급에 비상이 걸려 한때 제 사비를 털어 협력사들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재료를 납품 받았어요. 초창기에 정말 정신없는 나날이 이어졌지만 창업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구 대표는 쿠팡의 탄탄한 직매입 구조는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핵심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쿠팡의 직매입으로 물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어요. 중소기업이 직접 직원을 고용해 택배 출고 업무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린 열심히 품질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쿠팡에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정산도 매번 안정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5% 성장한 1882억 원이었습니다. 2025년까지 72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스타트업이 주도하던 이 시장은 수년 전부터 대형 식품회사들이 대거 뛰어든 상태입니다. 구 대표는 “코로나로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로켓프레시 입점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미슐랭 3스타 셰프의 경영자 변신…2년 새 지역에서 정규직 고용 2배 늘어
지금은 밀키트 업체를 이끌고 있지만 구 대표는 한때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였습니다. 2010년부터 5년간 스페인 아켈라레(Akelarre) 등 유럽 현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3곳에서 일했습니다. 인턴에서 시작해 셰프 파트장(셰프 드 파티에, 수셰프 전 단계)까지 올랐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일하며 고급 요리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2016년에 귀국해 서울과 부산의 스페인 식당 2곳에서 일했습니다. 연봉은 5000~6000만 원 수준. 그는 “레스토랑 오너 셰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별도 창업으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당시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던 밀키트가 한국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 확신해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창업 후 1년간 소득이 없어 전세자금대출로 직원 월급을 줬습니다. 쿠팡에 입점하며 사업이 커지자 경기도 이천에 현재의 사업장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의 고객 리뷰는 제품 개발의 원천입니다. 30~40대 주부와 캠핑을 즐기는 남성 고객들이 주요 고객층인데, 제품 개선에 필요한 리뷰를 많이 남겨주세요. 한번은 ‘고기가 질기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실제로 알아보니 협력사에서 질긴 힘줄을 소고기에 넣은 것입니다. 즉시 문제를 시정해 제품을 개선했습니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으로 회사도 커졌습니다. 쿠팡 입점 전인 2019년만 중순만 해도 푸드서플라이 사업장 직원(생산직 포함)은 10명 남짓. 그러나 2년 만에 직원이 2배(30명) 늘었답니다. 정규직 비율은 95%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천 지역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초보 사장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세무사, 노무사 분들에게 전화해 모르는 전문 용어나 지식에 대해 묻고 경영을 전공하지 않은 만큼 베스트셀러 경영전략 서적을 자주 읽습니다. 한가지 바뀐 것은 목표입니다. 레스토랑 오너 셰프를 꿈꿨지만 회사 식구가 30명이 넘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이며, 내년에는 200억 원입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밀키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