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만큼 많이 팔리는 로켓배송 ‘가성비 TV’ 성공 비결 “쿠팡 직매입이 혁신 본질”

32인치 HD TV 15만7000원, 42인치 FHD 20만 원, 50인치 UHD 40만 원…

이 회사의 제품은 웬만한 사이즈의 TV 대당 가격이 50~60만 원대를 넘지 않습니다. 요즘 쿠팡에서 삼성, LG 같은 대기업 TV만큼 많이 팔리며 단일 기업으로 TV 판매 대수 1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가성비 TV 돌풍을 몰고 온 인천의 TV 제조 중소기업 ‘프리즘코리아’ 이야기입니다.

소형 32인치부터 홈 시네마 연출이 가능한 초대형 86인치짜리 스마트 TV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프리즘코리아는 2016년 창업 후 이듬해 매출 180억 원을 냈고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는 21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쿠팡 입점 후 쿠팡에서만 매년 4만 대 이상의 TV를 팔았습니다. 주력 제품인 30~40인치 TV 상품평은 1만5000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쿠팡 매출 비중은 50%. 쿠팡에서 ‘가성비 TV 혁신’을 주도해 성장한 프리즘코리아 김한진(50) 대표를 인천 서구 가좌동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불량률 0.1%.. 빠른 AS와 가성비로 ‘중소기업 TV’ 편견을 깨다

프리즘 코리아는 국내 중소 TV 제조사 가운데 TV를 전문적으로 설계 및 개발, 생산하는 공장과 AS센터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전국에 150여 개 서비스 센터망을 구축해 운영 중인데요. 매달 전국에 1만 대 정도의 TV가 출고되며 불량률은 0.1%로 ‘제로화’가 목표입니다. 불량 제품에 대해 2년의 무상보증기간을 제공합니다.

프리즘코리아 본사 인근의 AS센터 직원들은 수리를 맡긴 TV의 백 커버를 분리해 메인보드에 이상이 없는지 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AS 접수 일부터 1~3일 이내, 길면 1주일 안에 고객에게 수리를 마친 제품을 보내고 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 울릉도에도 고객층이 형성되면서 AS센터망을 울릉도까지 넓혔다”며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발빠르게 AS 응대를 하는 회사가 많지 않은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5년 전 창업 당시 경영목표는 “대기업들의 값비싼 TV가 주도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TV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값싼 중소기업 TV는 AS가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중국에서 생산하는 TV에 브랜드명만 붙여서 유통하는 회사는 지속력이 없었습니다. 자체적인 기술은 없고 사후관리가 미흡한 중소기업이 많았습니다. 1~2년도 못 버티고 사라지는 기업들로 인해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면 저희는 끊임없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판매에만 치중하기보다 제품의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프리즘코리아는 삼성, LG 제품에 적용되는 글로벌 패널 기업들의 패널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과 국내 자체 공장에서의 생산을 병행합니다. 국내 대기업 수준으로 품질과 성능을 맞추는 대신 대기업 TV의 30% 가격에 파는 것이 원칙입니다.

“액정패널은 TV 성능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무조건 A+급만 사용합니다. 품질과 성능은 최상이라 자부합니다. 제품 생산 단가가 판매가 대비 높은 편이라 사실 이익률이 높지 않아요. 그러나 연구개발팀은 매일 고객 리뷰를 검토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투자합니다. 지금은 국내 대기업 TV와 경쟁할 수 있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일반 택배 통한 TV 배송은 파손 많아…배송 품질 뛰어난 로켓배송으로 어려움 극복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한 IT 관련 기업에서 20년간 제품 기획부터 생산, 영업관리에 이어 사업 총괄(CEO)을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기업인입니다. “온라인 시장을 통한 가성비 TV 비즈니스의 성장성이 밝아 보였고,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창업 후 2017년부터 여러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TV를 팔았지만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TV는 안전한 배송이 핵심인데 택배 회사마다 배송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파손이 빈번했습니다. 예를 들어 A사가 도서산간 지역 고객에게 배송했는데, 중간 물류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배송은 A사가 배송위탁을 준 B사가 배송하더군요. 택배사들이 배송직원 교육을 해서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택배사들이 파손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우리가 파손된 제품을 회수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성비 제품이라 마진이 낮은데, 물류에서 빚는 차질까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쿠팡에서 입점 연락이 왔습니다. 32인치 HD TV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쿠팡은 업계에서 후발 주자였습니다. 당시 1위 오픈마켓에서 파손율을 감수하고 경쟁할 것이냐, 가전 직매입을 시작하는 후발주자 쿠팡에 집중할 것이냐 고민했습니다. 결국 성공 키포인트는 로켓배송에 있다고 결정했고 모든 제품 라인업을 쿠팡에 ‘올인’했습니다. 쿠팡의 검증된 배송품질과 직고용한 쿠팡친구들의 정성으로 제품 파손율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30일 무료 반품도 고객들에게 엄청난 혜택입니다. TV 반품 고객은 왕복 배송비를 물어야 하는데, 쿠팡의 무료 반품은 고객이 제품을 편안히 구매할 수 있는 안전장치입니다.”

30~40인치→50인치 이상은 로켓설치로 “주변에서 리스크라 했던 쿠팡 직매입은 엄청난 기회였다”

쿠팡 배송기사인 쿠팡친구 혼자서는 30~40인치대 TV까지만 배송할 수 있었습니다. 50인치 이상 대형 TV의 로켓배송 꿈을 위해 쿠팡과 1년과 배송 방식을 협의했고,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50인치 이상 TV도 2019년 말부터 시작한 로켓설치를 통해 고객 거실까지 배송과 설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웬만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배송이 어려운 초대형 TV를 쿠팡이 제공하는 사다리차와 전문 설치 기사를 통해 빠르게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쿠팡에서 한때 32인치 TV가 한 달에 5000대까지 팔리며 매출의 70%를 차지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면 주변 업체나 지인들이 ‘쿠팡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직매입 구조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리스크라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 귀로 흘렸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역발상적 마인드로 접근했습니다. “안정적인 정산이 보장되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데도 남들은 두려워서 안 한다? 그건 저에게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상기된 얼굴로 ‘쿠팡에서 지난달보다 두 배 성장했어요’ ‘세 배 성장했어요’라고 했거든요. 말도 안 되게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에 직매입은 위기가 아니라 혁신이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은 무조건 ‘성장’만 하면 됩니다. 그래야 다른 시도도 가능하거든요.” 그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국내 여러 수많은 TV, 모니터 업체들은 오늘 일부 제품을 팔면 오늘 돈을 받는 구조에 젖어 있습니다. 당일 또는 익일 대금 정산에 급급한 나머지 단기적인 사업성과에 매달려 큰 성장을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저는 매일 TV 한 대, 두 대를 파는 수준 낮은 업체에 그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제품 납품과 정해진 시기에 납품대금을 받는 정산구조, 전국 로켓배송 물류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면 쿠팡과 장기적으로 동반 성장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지금은 저희 제품 경쟁력이 곧 쿠팡의 경쟁력입니다. 우리 제품 품질이 떨어져 쿠팡의 TV 가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TV 한 대 팔릴 때마다 매출의 0.5% 기부…”쿠팡 고객 모두가 후원자입니다”

김 대표는 프리즘이란 브랜드가 지난 5년간 쿠팡에서 꾸준히 노출된 덕에 중소기업 TV 브랜드 인지도가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5년 전 TV 시장은 대기업 위주였지만 지금은 전체 국내 TV 시장에서 중소기업 점유율은 30%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며 TV 구매 습관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기존에는 1가구에 1대씩 TV를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같은 가성비 중소기업 TV가 대중화되면서 각자 방이나 서재에 TV를 두는 ‘세컨드 TV’ 현상이 생겼습니다. 부담 없는 가격대의 TV가 대중화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쿠팡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회사의 고용인원은 창업 당시 10명에서 현재 30명으로 늘었습니다. 앞으로 TV 외 전자칠판, 옥외용 광고판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는 “올해는 반도체 사태 수급 이슈 등으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200억 원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내년 매출 목표는 300억 원으로 잡았다”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삼성, LG 다음으로 최강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즘코리아는 창업 때부터 TV 한 대가 팔릴 때마다 수익의 일부를 적립해 국내외 여러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사내에선 이를 ‘미니 하트 후원’이라 부릅니다. 실제 TV의 뒷면 KC인증 마크에는 상표까지 등록한 작은 미니 하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뭔가 선한 일을 하면 그만큼 사업도 성장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 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는 “쿠팡에서 프리즘TV를 산 고객들은 모두가 다 어려운 이웃을 도운 후원자”라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사회 환원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