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중소상공인의 성장 엔진” 한일전자 온라인 진출 성공 사연

이 기사는 2022년 2월 11일에 발행되었습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역 인근에는 한자로 한일전자(韓一電子)라고 쓰인 빛 바랜 간판의 3층 건물이 있습니다. 사무실 쇼윈도에는 수십 종이 넘는 헤어 드라이기가 전시돼 있었고, 200평 규모의 공장 생산라인에선 직원들이 드라이기 모터를 조립하느라 분주했습니다 한 직원이 말했습니다. “하루에 1000~2000대, 한 달에 많을 때는 7만 대 이상의 제품을 출고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한일전자는 1978년 설립한 헤어 드라이기 전문 강소기업입니다. 평생 드라이기 한 우물을 판 오정현(68) 대표가 44년째 신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회사입니다. 그러나 높은 기술력에 비해 회사의 연 매출은 수십 년간 50~70억 원 사이를 오가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복잡한 재래시장∙오프라인 마트 유통에 의존해오면서 마진율 하락으로 수익성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착화된 줄 알았던 회사 성장세는 2년 전 연 매출 100억 원 벽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만든 비결은 쿠팡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한일전자는 2018년 쿠팡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이듬해 매출 80억 원을 냈고 2020년과 지난해 각각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활발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팡 헤어 드라이기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달리는 오 대표를 만났습니다.

특허, 상표권만 40건 보유한 최고 기술 중소기업..오프라인 유통 의존으로 어려움 겪다 쿠팡으로 새로운 활로 열었다

“평생 한 눈 팔지 않고 헤어 드라이기 하나만 팠습니다. 드라이기가 곧 제 인생입니다.”

오 대표는 중학교 3학년부터 가전조립 공장에서 일을 시작해 1970년대 들어 우리나라 1세대 헤어 드라이기 전문 신우전자에서 총책임자를 역임했습니다. 창업 후 가정용 헤어 드라이기를 보급하는데 앞장선 한일전자의 모토는 단순합니다. “고객의 안전을 담보로 흥정하지 않는다. 장수하는 회사의 힘은 품질이다.”

제품 특허와 상표권만 40건 보유한 한일전자는 1991년 탈모에 도움 주는 원적외선 헤어드라이기를 발명했으며, 1994년에는 ‘파테크’(Patech)라는 자체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현재까지 가정용∙전문가용 드라이기 100종 이상을 개발했습니다. 가성비 있는 2만 원부터 5만 원대 이상 제품까지 라인업이 다양합니다. 특히 2만 원대 가성비 제품들의 쿠팡 누적 상품평은 5만 건 이상입니다.

그러나 한일전자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매출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제조기업에 불과했습니다.

“2만 원짜리 물건을 팔면 마진이 2000원도 남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아야 3~4% 수준이었거든요.” 온라인 판매와 영업을 담당하는 오경수(41) 이사가 말했습니다.

이는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수백 곳의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해 재래시장과 마트에 제품을 납품해왔고 오프라인 유통 비중은 2017년 80%에 달했습니다. “소비 시장을 돌아다녀봐도 길거리에서 우리 브랜드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파테크라는 브랜드를 출시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오프라인 유통과 매출 구조는 어땠습니까?

“2015년 중반부터 오프라인 매출이 점점 하락했습니다. 재래시장은 월 7000~8000만 원 매출이 나왔는데, 점점 줄다가 근래 2~3000만 원까지 추락했습니다. 마트도 월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인터넷이 뜨고 매출이 괜찮으니 오프라인 판매가 점점 죽어간 겁니다. 우린 생산자-총판(왕도매)-대리점(도매상)-중도매-지역 도매상-소매상-소비자에 이르는 매우 복잡한 유통구조를 30년 이상 유지했습니다. 이럴 것 같으면 우리가 직접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지, 중간 유통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 대표는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문 닫겠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심했습니다. 답은 거미줄 같은 오프라인 유통을 축소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높이는 온라인 판매였습니다.

어떤 변화를 시도했습니까?

“우선 인터넷 마케팅을 잘하는 젊은 20대 직원들을 뽑아 쿠팡에 진출했습니다. 처음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꾸준히 믿고 맡겼습니다. 골프공도 들어올릴 정도로 바람 세기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콘텐츠도 만들고 요즘 젊은 취향에 맞게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신제품 개발에만 집중한 저도 온라인 마케팅 프로세스를 젊은 직원들에게 배웠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제 세대인 50~60대 고객들이 휴대폰으로 헤어 드라이기를 사더군요. 마지막으로는 제품 무게를 줄이고 핑크, 실버 등 젊은 취향에 맞는 색감의 디자인을 입혔습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시동을 걸자 4년 만에 회사의 유통 판로가 바뀌었습니다. 현재 온라인 판매 비중은 70%이며, 단일 유통채널로 쿠팡이 1등입니다.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 “대기업 수준이 아니면 출시 안 해”

제품개발의 원칙이 무엇입니까?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1년 이상 제품을 개발합니다. 제품을 실물 모형으로 만드는 목업(mock-up) 비용에만 2~3000만 원을 투자하고, 2D~3D 디자인 작업도 수개월 진행합니다. 대기업 수준에 준하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기존 드라이기 모터에 비해 수명이 20배 이상인 BLDC 모터도 자체 개발했어요. 3만 시간을 버티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드라이기를 켜 놓으면 3년 뒤에도 켜져 있을 겁니다. 정전기를 줄여주는 전기이온, 모발의 적정수분을 유지하는 원적외선 기술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며 고객들이 압도적인 가성비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회사벽에 붙어있는 헤어드라이기 모습들

고객의 안전을 담보로 흥정하지 않는 사례는 무엇입니까?

“바람 세기만큼 중요한 것은 접점 불량과 전선 꼬임으로 발생하는 단선 사고입니다. 40년간 제품을 만들다 보니 드라이기 제품의 만족도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저희 드라이기에 연결된 전선 피복을 뜯어보면 90여 가닥의 가느다란 철사로 촘촘히 꼬여 있어요. 반면 타사의 많은 드라이기 전선은 두꺼운 철사로 30가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는 가는 철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전선이 부드럽습니다. 기존 드라이어에 비해 전선 수명이 2배 이상입니다. 수만 번 전선을 꼬았다 풀고 흔들어도 끄덕 없습니다. 제품 출시 전 워낙 테스트를 많이 하다 보니 도매업체에서 ‘그 정도면 안 끊어지니 제품을 빨리 납품하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습니다.”

쿠팡 로켓배송 통해 판매량 상승하자 브랜드 파워도 상승…해외 러브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한일전자

인터넷 쇼핑 채널 가운데 가장 집중한 채널은 어디입니까?

“우리가 인터넷에서 아무리 매출이 올라도 브랜드를 알리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래서 쿠팡의 로켓배송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심리를 파고든 로켓배송으로 브랜드를 확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당장 내일 머리를 말려야 하는 고객들은 오늘 드라이기를 시키지 않습니까? 이게 가능한 방법이 로켓배송입니다. 그래서 좋은 기회에 시작했더니 2만 원대 가성비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한일전자 제품 가성비 짱입니다!’ “바람 세기가 강해 금방 머리가 마른다’ 같은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 반응을 드라이기 사업을 하고 40년 만에 처음 봤습니다.”

온라인 배송 수요가 늘면서 오 대표는 중장기적인 판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김포에 800평짜리 물류 창고를 매입했습니다. “물건 품절을 막기 위해 물류창고에 투자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 25만 개를 보관하며 출고합니다.” 그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에 집중하던 시기엔 지금처럼 재고관리를 하지 않았어요. AS를 문의한 고객의 제품이 만약 재고가 없다면 답이 없어요. 아예 새로운 부품이나 제품을 보내는 방법으로 AS를 들쭉날쭉 처리하면서 손실이 컸습니다. 지금은 대량 온라인 판매량에 맞춰 재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또 쿠팡의 고객 후기에 나온 지적사항을 실시간 체크해 제품을 개선합니다. 제품 품질이 좋아지는 데다 AS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진출은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렸다. 한일전자는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15개국에 제품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온라인 채널 중 하나인 쿠팡에 우리 드라이기가 노출된 모습을 보여주니 바이어들과 협상력이 높아졌습니다. 영업이익률도 7~8%로 종전 대비 2배 늘었고 직원도 온라인 진출 이후 20% 가량 늘었습니다.”

오정현 대표와 아들 오경수 이사

오프라인 유통에 머무는 중소기업에게 조언한다면.

“기술 노하우가 있는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겪는 고질적인 문제가 적절한 판로가 없다는 것입니다. 빠른 온라인 전환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온라인 채널이 있지만, 저는 쿠팡을 추천합니다. 로켓배송은 제품 노출이 잘 되고 고객 유입이 높아 상품평이 쌓입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브랜드도 알려집니다. 처음에는 직매입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비즈니스 전환이 쉽지 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딱 3개월이 지나면 선순환 구조에 적응돼 비즈니스가 잘 돌아가고 빠르게 성장합니다.”

한일전자는 올해 BLDC 모터를 쓰는 드라이기보다 바람 세기가 40% 강한 제품을 비롯한 여러 이미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오 대표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며 “’한국 헤어드라이기=파테크’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