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기 마스크 가격 동결은 고객 위한 옳은 선택..그 후 오히려 성장” 웰킵스 스토리

지난 2020년 1월 말, 코로나의 국내 상륙으로 ‘마스크 대란’이 본격화하자 쿠팡은 마스크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인 고객에게 버팀목이 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 마스크 업체 홈페이지에도 “마스크 출고가를 단 1원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왔습니다. 자사몰에 파는 마스크는 물론 유통업체에 보낼 출고물량 가격도 일절 올리지 않겠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온라인에서 ‘착한 기업’으로 화제가 된 이 중소기업은 2016년부터 쿠팡과 함께한 국내 대표적인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Welkeeps)입니다. 마스크 판매의 50~60%가 쿠팡에서 이뤄지는 웰킵스는 코로나 초기부터 국내 마스크 공급에 주력해왔습니다. “제 철학은 ‘국가재난으로 폭리를 취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수많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이 비싸게 마스크를 팔 때 저는 고객을 위해 옳은 선택을 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코로나 발생 2년이 지난 지금, 웰킵스의 박종한(58) 대표는 여전히 “가격을 1원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주요 공급처이기도 했던 웰킵스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상(사회공헌 부문)을 받았습니다. 쿠팡 마스크 판매량 1위인 웰킵스의 매출은 2019년 206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원으로 3배 이상, 고용인원은 4배 뛰었다고 합니다. 박 대표를 만났습니다.

웰킵스 박종한 대표가 마스크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최대 1000억 원 수준 이익 포기하며 가격 동결 “우린 이익 포기했지만 쿠팡은 손실 보며 사회 기여”

웰킵스는 지난해 2억 20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했습니다. 경북 문경의 8000평 규모 마스크 생산시설에서 매일 60만~120만 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출고합니다. 부직포 등 마스크 부자재는 모두 국산이며 외부 공기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온 가족이 쓸 수 있는 초소형~대형 마스크를 만듭니다. 수입 부자재를 쓰지 않아 마스크 원가는 다른 경쟁업체 대비 2배에 달하지만 품질 대비 가격 만족도가 높습니다. 소비자들이 ‘보라사자’라고 부르는 사자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 디자인은 웰킵스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유한킴벌리 영업통 출신인 박 대표는 대리점 사업을 거쳐 2009년 웰킵스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후 6년간 산업 보건용 방진 마스크, 방진복을 생산했지만 연 매출은 30억 원 선이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일반 고객을 위한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오랫동안 마스크는 병원 환자나 의료진이 주요 사용했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지금은 생수 다음으로 마스크를 가장 많이 삽니다. 이런 세상이 올 줄은 꿈에도 못 꿨습니다.”

코로나 초창기 상황은 어땠습니까?

“당시만 해도 마스크 제조 역량을 가진 업체는 50여곳에 불과했고, 그 마저도 신규업체였어요. 우한 폐렴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에서 국내 마스크를 사재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쿠팡에서 저희 KF94 마스크 한장이 800~900원에 팔렸지만 다른 마스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2배씩 가격을 올리기도 했어요.”

웰킵스 제조시설

“1원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왜 선언했습니까?

“쿠팡에 입고된 마스크 물량 500~600만 개뿐 아니라, 하루에 1만 개도 팔리기 어려운 자사몰에 내놓은 마스크 250만 장도 순식간에 모두 팔려 자사몰을 잠시 닫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일부 마스크업체들은 고객의 판매 거래를 취소하고 800원에 팔던 마스크를 1600원~2000원으로 올려 재판매하는 경우가 생겨났습니다. 그러자 “웰킵스도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 당시 가격 동결 방침을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고객 제품을 단 1개도 취소한 적이 없고 100% 전량 배송했습니다.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공급업체는 공급을 끊었지만 모든 유통채널에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마스크를 출고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마스크 재고는 약 70만 개 수준이었지만, 수개월 치의 원부자재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직원을 뽑았고 생산 물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후회는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니 가격을 만약 2배로 올렸다면 2020년 한 해 700억 원, 최대 1200억 원의 이익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물론 가격을 올린 많은 경쟁 업체들의 항의가 거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국가재난 사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할 수 있습니까? 저희 제조원가가 경쟁업체 대비 높은 편임에도 KF94 마스크를 장당 800~900원에 팔아도 충분한 이익을 남기는 구조였습니다. 기업의 존립 이유는 ‘이익창출’이지만 국민건강과 재난을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마스크가 너무 좋아 쓰는 사람, 1명도 없지 않습니까.”

쿠팡의 마스크 동결은 당시 유통업체 전반에 걸쳐 어떤 의미였습니까?

“많은 유통업체들은 마스크를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지만 쿠팡은 판매가를 동결했습니다. 많은 마스크 업체들의 제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 역마진 손해를 본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익을 늘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쿠팡은 차원이 다릅니다. 손실을 떠안으면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어렵고도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인식이 엄중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만약에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못했을 겁니다.” 실제 쿠팡은 2020년 한 해 코로나19 관련 2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초로나 초기부터 자사몰에서 파는 마스크는 물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출고가격을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희 대표 유통채널은 쿠팡이었습니다. 집 밖을 나설 수 없는 고객은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마스크를 주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체 생산 물량의 50%를 정부 공적 물량으로 공급할 때, 대부분의 남은 물량을 쿠팡에 보냈습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돌파구는 쿠팡이었습니다

오프라인을 떠나 온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웰킵스는 2016년 쿠팡에 입점했습니다. 쿠팡은 지금 웰킵스의 1등 유통채널입니다.

“쿠팡 로켓배송은 우리 삶을 바꿔 놨습니다. 저희 회사뿐 아니라 마스크 업계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뉴스에서 ‘내일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면 쿠팡에서 주문하고, 아침 출근길에 쓰고 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로켓배송은 마스크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쿠팡 입점 전 유통 상황은 어땠습니까?

“웰킵스는 작은 브랜드였습니다. 문제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편의점이나 약국은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진출해 있었고, 진입장벽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브랜드가 워낙 굳건했거든요.” 그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다른 오프라인 채널에선 마스크가 안 팔리면 반품이 쇄도했습니다. 그때 쿠팡은 저희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습니다. 지금이야 매달 대량의 마스크를 생산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1년에 3개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만 팔았어요. 그렇다고 공장을 3개월만 가동할 수 없고, 반대로 안 팔리는 생산 물량을 막연히 쌓아 놓는 것은 부담인 딜레마 상황이었어요. 시즌에만 물건이 팔리는 일반 온라인 유통업체 진출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때 쿠팡이 저희 물량을 미리 직매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 겨울에 팔 제품을 미리 여름철에 선매입 하면서 저희는 재고부담을 덜고 1년 365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쿠팡의 로켓배송 정책은 저희 같은 마스크 제조업체의 경영 사이클과 맞아떨어진 것이며 우리가 도약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전국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쿠팡 고객들의 마스크 재구매율은 매우 높습니다. 웰킵스 브랜드가 전국에 알리지면서 2019년부터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70~80%로 뛰었어요. 제주도 보세요. 제주도 같은 도서산간지역에서 다른 택배 서비스를 쓰면 추가 배송비가 발생하지만, 쿠팡 로켓배송은 무료입니다. 저희 제품도 그래서 제주도에서 알려졌습니다. 쿠팡은 웰킵스의 제품을 가장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유통채널입니다. 특히 마스크 동결 방침 이후 단기적인 이익은 포기했지만 쿠팡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하며 결국 회사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웰킵스 제품은 철저히 ‘보호력’에 콘셉트를 맞췄습니다. 안전한 제품 개발을 위해 저희 공장 직원들은 하루 20번 이상 손소독을 하며 제품을 만듭니다. 기술력의 핵심은 10년 이상 마스크 전문가들이 개발해온 필터입니다. “3가지 품질 요소를 엄격히 지킵니다. 흔히 KF94, KF80 등급으로 표현하는 여과 효율, 숨쉬기 편한 정도를 나타내는 차압(差壓), 얼굴 사이 틈으로 공기가 새어 들어가는 누설률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저희 제품은 숨쉬기 편안한 필터가 달려 있습니다. 누설률은 최대한 낮추고 오로지 필터로만 숨을 쉬어도 들썩거림 없이 편안하게 숨을 쉬는 마스크를 계속 개발해 나가는 것입니다.” 마스크 품질 향상을 위해 웰킵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쿠팡과 함께하며 직원 4배 증가..2025년 상장 목표 “고객 건강 지키는 작지만 큰 회사 되겠다”

코로나 장기화 속에 웰킵스는 고품질 마스크 제작에 집중해왔습니다. 한때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마스크 가격은 떨어졌고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에 공급도 대폭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웰킵스의 쿠팡 매출은 2020년, 2021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여전히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고용인원은 2019년 60여 명에서 현재 240명으로 4배 늘었습니다. 공장 생산직 직원 연봉은 2차례 인상했으며 지난해 전 직원에게 100~300%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며 마스크를 생산하며 코로나 위기를 맞아 고생이 컸습니다. 사실 일은 직원들이 다 하지, 저는 그저 ‘대표 영업사원’에 불과합니다. 제 경영 철학은 지금 뭔가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자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첨단정밀부품 제조기업 세아전자를 인수했으며 그동안 쌓은 마스크 필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공기청정기 필터사업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웰킵스의 꿈은 2025년까지 상장하는 것입니다.

웰킵스 박종한 대표와 신입직원 표현씨가 자사 제품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마스크 가격을 동결하고 조금이나마 국민 어려움 해소를 지원하면서 느낀 것은 ‘눈 앞의 이익보다 더 큰 이상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마스크 제조에도 충실하면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개발하고 싶다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또 중소기업의 꿈은 상장 아니겠습니까? 상장을 통해 많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고객에게는 건강을 선물하는 작지만 큰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