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 분들을 특별히 기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저희 쿠팡 안에도 국가유공자 직원들이 근무하고 계신데요, 그 중 한 분인 김택곤 님을 뉴스룸 팀이 만났습니다.
김택곤 님은 쿠팡 장애인선수단에서 탁구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1973년 전투경찰대에서 복무하며 대간첩 작전을 펼치다 오른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은행원으로서 28년 일했고, 2009년부터는 상이군인 탁구 대표선수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는 쿠팡 장애인선수단의 2019년 창단 멤버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수원 시내에 있는 대한민국 상이군경체육회관에서 김택곤 선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군 작전 중에 다리를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1971년 9월 3일에 전투경찰대로 입대했어요. 그 당시엔 북한에서 간첩과 무장공비가 남쪽으로 많이 넘어왔었죠.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과 이승복 어린이 사건도 그 무렵 있었구요. 그래서 우리 부대의 임무는 충남 해안가로 들어오는 간첩들을 잡는 것이었어요.
그러다가, 그게 1973년 4월 3일이었어요. 한밤중에 비상이 걸렸어요. 부대원들과 함께 완전무장을 하고 총검까지 꽂아서는 군용 닷지트럭을 타고 (충남 청양) 칠갑산으로 출동을 했어요. 이전에도 간첩이 대천 쪽에서 칠갑산으로 넘어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닷지트럭이 깜깜한 산길을 올라가다가 그만…
트럭이 굴러떨어졌군요
나는 몰랐어요. 깨어나보니까 병원인데 3일이 지났다고 하더군요. 한쪽 다리에 감각이 없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트럭이 전복되어서 쇠로 된 지붕에 몸이 깔려 있었는데, 들고 있던 카빈 소총이 오른쪽 다리를 누르고 있었나봐요. 붙어는 있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결국 허벅지 아래로 절단했어요. 병원에 10개월 있다가 퇴원하면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고 곧바로 의족을 맞췄습니다.
겉보기에는 의족인지 모르겠습니다. 지팡이 없이도 잘 걸으시는데요.
남들은 지팡이를 짚고 걸으라고 하는데 저는 굳이 그럴 이유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어디 발이 걸리면 그대로 쓰러지거든요. 오른쪽이 의족이니 오른쪽으로만 넘어지고 오른쪽으로만 다쳐요. 팔도 부러지고 어깨, 쇄골, 엉덩이뼈도 부러졌었어요. 3개월 동안 입원한 적도 있지요.
그래서 저를 보고 ‘평생 양반’이라고 해요. 뛰지 못하고 옛날 양반처럼 천천히 걸으니까요.
퇴원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호청(현 국가보훈처)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줘서 1975년부터 서산 수협에 다녔어요. 28년 근무하고 조합의 최고경영자인 전무로 퇴직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법무사무소 사무장을 4년 했고, 서산 보훈회관 사무국장을 또 4년 정도 지냈어요.
집에서는 아들 딸 하나씩 남매를 낳아 키웠는데, 아들은 인천공항에서 물류사업을 하고 딸은 뮤지컬 가수입니다.
은퇴 후 다시 어떻게 탁구선수가 되셨나요
2009년 보훈회관에서 근무할 때 장애인 탁구시합에 나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첫 대회에서 완판 깨지고 나니 성질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서산에 돌아가자마자 탁구학원에 등록했지요. 거기서 2년 6개월 동안 계속 레슨을 받았어요. 그런 다음, 수원에 있는 상이군경체육회관에 들어가 합숙훈련을 하면서 용인대 출신 코치님에게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크게 늘었어요.
요즘도 연간 100~150일 합숙을 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훈련을 합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했더라면 탁구 국가대표가 됐을 거에요.
(*김택곤 선수는 장애인 탁구 1~11 체급 중 7체급에 속합니다. 휠체어는 타지 않지만 팔다리에 심각한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체급입니다)
국제대회도 출전하셨다면서요
여러 번 나갔죠. 전 세계의 상이군경들만 출전하는 대회에도 나갔고 모든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대회도 나갔습니다. 저는 2018년 라스베가스 장애인 대회(2018 US Para Open)에 나가서 칠레와 태국 선수를 이기고 동메달을 딴 게 최고 성적입니다. 당시 경쟁자들은 모두 젊은 선수들이었어요.
2020년에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딱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네요. 올해는 이집트에서 열릴 다음 대회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합숙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쿠팡에는 어떻게 입사하셨나요
열심히 선수생활을 하던 중 쿠팡에서 장애인선수단을 발족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쿠팡은 국내, 국제적으로 유명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고, 또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훌륭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입사를 결정했어요.
회사에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서 임직원 동료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는 저희 세대가 유공자분들께 드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는 분들은… 참 멋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쟁은 멈춰야 하고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공표가 안 되었을 뿐이지, 저처럼 다리 없는 사람과 팔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나오고 있겠어요? 전쟁은 야만인들이 하는 짓입니다.
우리나라도 군대를 안 가도 되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폭탄 한 발에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방이 튼튼해야만 경제도 튼튼해지고 사회도 더 윤택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뮤지컬 배우인 따님 이야기를 여쭈었습니다. 따님의 본명은 김태희인데 태국희라는 예명을 쓴다고 합니다. 태국희(太國喜)는 ‘나라의 큰 기쁨’이라는 뜻이며 ‘태극기’와 발음이 같습니다. 애국자 가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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