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는 것보다는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수산물 납품하는 일을 했고, 적성에 맞다고 느꼈지만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24살 젊은이는 중고 트럭 한 대를 사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죠. 4년 후, 그는 연 매출 40억 원을 올리는 어엿한 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젊은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신선한 꽃게 포장에 한창인 ‘통수산’ 최준혁 대표(27)를 만났습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근무하셨다고 들었어요. 태안에 계시다고요?
네, 통영에 작업실이 있는데, 지금 한창 꽃게 철이라서 팀을 꾸려 신진도에 나와 있어요. 새벽 3시쯤 꽃게잡이 배가 들어오기 때문에 새벽까지 나가서 신선한 꽃게를 받아서 여기서 바로 세척, 포장해서 고객들에게 보내고 있어요. 보통 제철 수산물을 취급하는데 겨울 동안은 통영 굴을 한창 취급했고, 지금은 꽃게나 새조개, 성게알 등을 판매해요.
통영에서 태안까지 다니시려면 보통 체력과 부지런함 만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셨죠?
제가 가만히는 못 있는 성격이어서요. 어릴 때부터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수산 유통회사에 취직했는데, 배도 타고 전국 각지의 수산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처음으로 일이 재밌다고 느껴지더라구요. 회사가 경영 사정으로 문을 닫았을 때 ‘그냥 내가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트럭을 샀어요. 초기 투자금도 없이 무대포로 시작을 했습니다.
4년 만에 이렇게 사업을 키우셨다니, 운이 좋았던 걸까요?
사실 초반에는 쉽지 않았어요. 인천에서 통영까지 전국의 수산시장을 돌면서 명함을 뿌렸는데 연락오는 곳이 없더라고요. 어리니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돈을 떼인 적도 있어요.
어떤 날은 무작정 수산시장 한 편에 가판을 세워서 생선하고 굴을 팔기도 했는데, 텃세가 너무 심하더라고요. 근 2년 가까이 수익 없이 살았어요. 정말 ‘망하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을 정도예요.
그럼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나요?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이라는 게 나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수산물 유통은 대부분 수산시장에 도매로 납품하는 것이었는데, 오래 일한 분들이 공급망을 꽉 잡고 계시니까 치고 들어가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또 대형마트 같은 곳들은 큰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었고요. 젊은 패기로만 일하기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던 거죠.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해산물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거예요. 저는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온라인 수산식품을 구매할 때 신선도를 제일 걱정하는데, 중간 유통을 없애고 배에서 내린 생물을 저희가 바로 세척, 포장해서 보내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쿠팡을 만나신 거네요.
맞아요. 쿠팡이 신의 한 수였어요.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쿠팡에 모여 있으니까, 고객을 바로 만날 수 있는 수산시장이 바로 쿠팡에 있었던 거죠.
처음 입점했을 때 BM(브랜드 매니저) 분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상품 구성이나 등록, 키워드 설정하는 법과 같은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수산시장에서 발품 팔며 일하다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는 거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죠.
‘무료 노출 프로모션’ 덕도 많이 봤어요. 이런 건 다른 쇼핑몰에는 없는 혜택이에요. 신규 업체로서 첫 고객의 주문을 받기가 정말 힘든데, 쿠팡이 무료로 고객에게 노출을 해주니까 주문이 쭉쭉 들어오더라고요. 생굴이 하루에 천 개씩 나갔어요. 통장에 수익이 쌓이기 시작하니까 정말 신이 났던 기억이 나요.
정말 신의 한 수였네요. 젊어서 가능한 도전이었을까요?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서 무시도 많이 당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전국 수산시장 중에 안 가본 곳이 없거든요. 패기 하나는 넘쳤으니까. 새로운 플랫폼을 시도하는데도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 같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쿠팡과 같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다들 제품은 좋은데 판로를 찾지 못하고, 대기업들에 밀려 사업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거든요. 꼭 저처럼 젊지 아니더라도 온라인에 도전할 수 있고,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처음 시작했을 땐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고요. 지금은 어때요?
4년 전만 해도 수산업 하는 분들 대부분이 20~30년씩 바다에서 생활해온 분들이셨어요. 당시만 해도 수산물을 직접 온라인으로 유통하거나 위탁 유통하는 형태로 일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도매로 거래하셨죠.
아까 제가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씀드렸지만, 반대로 저를 어리다고 기특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어린 친구가 바다에서 일하는 걸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젊은 분들이 꽤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저처럼 온라인 유통을 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고 경쟁도 치열해졌어요. 1~2년 전부터는 저에게 사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분들도 많고요.
대표님이 쏘아 올린 시장일까요?
소문이 났나 봐요. 업계가 워낙 좁으니까, 젊은 친구가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 같더니 수입도 올리고 직원도 여럿 두고 하는 모습이 좋은 사례가 된 거죠. 저 같은 젊은 사람도 시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뻐요.
아내분도 함께 일하신다고요?
아내는 수산회사에 다닐 때 소개로 만났어요. 회사가 문을 닫아서 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옆에서 힘이 많이 되어줬어요. 아내는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2년 전부터 제 온라인 사업이 바빠지기 시작해서 좀 도와달라고 설득했어요. 의리 있는 성격이라 제 청을 거절하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발로 뛰는 일을 하고, 아내는 주문, 발주, 고객관리 등 대부분의 사무업무를 처리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하고 싶으세요?
크게요. 보통 수산업에서 큰 회사다 하는 곳은 직원이 수백 명에 연 매출도 수백억 원씩 되거든요. 이왕 이 일을 시작했으니 저도 그 정도까지는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경상대학교에서 수산물 최고경영자 과정도 다니고 있어요.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생기고 수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거든요. 저는 가공유통 전공을 밟고 있는데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하시니까 잘 모르던 부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도움도 되고 정말 재밌어요.
꿈을 이루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제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10년 정도? 더 빠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아직 30대인데요!
그렇죠. 아직 젊고 갈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