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더 잘해볼 거예요” 장애인 팀원들의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돌고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나인데 가슴 쫙 펴고 화끈하게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이것 보소 남녀노소 좌우로 흔들어”

싸이의 ‘챔피언’ 댄스곡이 용인2캠프 프레시백 작업장에 울려 퍼집니다. 신나는 리듬에 덩달아 신이 나네요. 

김희향(53, Heidi) 님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서른 살 무렵 불의의 사고로 한쪽 눈에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수년 간 고통속에 있었지만, ‘이 사고가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차라리 내게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자’라 마음먹었답니다. 

김희향 님을 만나기 위해 쿠팡 용인2캠프를 찾아갔습니다. 용인2캠프에는 쿠팡의 친환경 프레시백을 준비하여 출고하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희향 님은 이 직원들을 챙기는 ‘총괄 캡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근무시간인데 이렇게 댄스음악을 틀어놓으셨네요. 

안녕하세요. 놀라셨죠? 이왕이면 우리 팀원들이 더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라고 항상 음악을 틀어 놓고 작업합니다. 팀원들이 “오늘은 블랙핑크를 듣고 싶어요” “이번엔 BTS로 틀어주세요”라고 선곡 요청도 합니다. 요즘 20대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다양하게 틀어주고 싶어서 둘째 아들한테 물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가입했어요. 

희향님의 닉네임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만화 영화 주인공이었죠. 알프스산을 뛰어다니며 행복해하는 하이디도 생각나고요. 

쿠팡은 닉네임을 부르는 문화잖아요. 결혼하고 잠깐 미국에서 살았어요. 그때 썼던 영어 이름이 하이디였는데, 쿠팡에 입사하고 26년 만에 그 이름을 다시 쓰게 됐네요. 직원들도 알프스 소녀가 생각난다고 ‘하이디님~’이라 부르면서 좋아해요.  

용인2캠프에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쿠팡의 신선식품들을 담는 프레시백, 많이 보셨죠? 쿠팡 ESG 환경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죠. 공장에서 입고된 프레시백은 이렇게 납작해요. 용인2캠프 발달장애 직원 12명이 하루 평균 3800개씩 가방 형태로 접어서 전국 물류센터로 출고하고 있습니다. 

저 포함해서 여기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각자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발달장애 직원들은 하루에 4시간씩 오전, 오후 각각 6명이 근무를 합니다. 직원들의 업무를 챙기는 ‘캡틴’들이 오전, 오후 2명씩 총 4명이 계시고요. 우리들의 출퇴근을 돕는 셔틀버스 운전기사분도 있습니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미금역과 기흥역에서 용인 2캠프까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쿠팡에서 신경 써 준 부분이죠. 

용인2캠프 김소연 님이 물류센터 출고를 위해 프레시백을 접고 있다.

장애인 직원들을 이끄는 분을 캡틴이라고 하지요. 하이디님은 캡틴 중의 캡틴, 총괄 캡틴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모든 구성원들의 출퇴근과 컨디션을 살피고, 하루의 업무계획과 목표 수량에 대해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후 2시가 되면 오전조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요, 동시에 오후조 직원들이 출근을 해요. 물류센터에서 프레시백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 수요에 따라 작업량을 조율하고요. 팀원들이 연차로 자리를 비우거나, 프레시백 작업량이 더 필요할 때는 저도 현장에 투입되어 손을 보태죠. 

하이디님은 쿠팡 장애인 현장 근로자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첫 번째 직원이라고 들었어요. 항상 1호는 특별하지요. 

2019년 11월에 입사해서 2021년 7월 1일 자로 정규직이 되었어요. 사실 ‘평생직장’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근무하는 동안 그저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쿠팡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이 제일 컸죠. 

저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어요. 장애를 갖게 된 후 더 이상 유치원 교사로 일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사회생활을 했어요. 장애로 움츠러들기보단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오랫동안 운영했고, 금융회사 대출상담사로도 근무했어요.  

쿠팡 입사 전에는 보험회사에서 사무보조 계약직으로 23개월간 일했어요. 뉴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느니 그냥 벌금(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을 내고 말겠다 하는 기업들도 많아요.  

쿠팡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다고요. 

인생은 끝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연속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해 많이 배웠고, 쿠팡에서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 나이 50 쿠팡에 입사해서 총괄 캡틴으로 근무하게 저를 보고 아들이우리 엄마 대단하다 항상 응원해 줍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 같지만, 그 자체가 힘든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볼 때 뿌듯하죠. 일터에서 말 자체를 하지 않던 한 팀원이 “저도 할 수 있어요” “내일은 더 잘 해볼 거예요” 얘기하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라는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어요. 하이디 님도 보셨는지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우영우’… 극중 우영우가 했던 대사를 그대로 외우고 다니는 직원이 있을 정도예요. 우리 팀원들 중에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있어서 저도 관심 있게 드라마를 봤어요. 천재라도 장애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다는 대목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혼잣말을 지속하거나, 항상 시계를 보며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뭔가 구부러진 것이 보이면 반드시 평평하게 만져 놓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장애 특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정 부분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저도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됐죠. 

최근엔 한 팀원의 어머니가 제게 전화를 하셨어요. 아이가 3개월 이상 다닌 회사가 없었는데 쿠팡에서 2년을 다녔다고. 감사하다고. 저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그 어머니의 마음을 압니다.  

특히, 발달장애는 사회 적응이 쉽지 않아 주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개발해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왼쪽부터 박종서, 오수정, 김희향, 김소연, 김길운 님

하이디 님이 쿠팡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팀원들은 제게 “회사 캡틴이 아니라 선생님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해요. ‘우영우’ 드라마 속 정명석 변호사 같은 사람이 세상에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족하지만 쿠팡에서 제가 그런 사람이 돼보려고요. 우리 팀원들이 일을 통해 자립하고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성장을 돕는 디딤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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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