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2010년 설립된 이래 캘리포니아, 시애틀, 서울, 타이페이, 베이징, 상하이 등 아시아와 북미에서 오피스를 확장해 왔습니다. 지금도 쿠팡의 글로벌 오피스 곳곳에서는 배경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쿠팡은 2014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첫 미국 오피스를 열었습니다. 흔히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지역입니다. 이후 마운틴뷰로 이전한 쿠팡 미국 오피스는 ‘글로벌 기업의 실리콘밸리 인재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쿠팡의 전체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쿠팡 뉴스룸 팀은 미국 오피스의 설립부터 함께 해온 선경 님(Sunkyung Valle)을 줌으로 만났습니다. 선경 님은 미국 오피스의 HR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경 님. 미국 오피스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미국에는 크게 세 곳에 쿠팡 오피스가 있습니다.
-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오피스는 2014년 설립됐습니다. 현재 수백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테크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검색(Search & Discovery) 분야가 강점 중 하나입니다.
- 남캘리포니아 지역, 로스엔젤레스 근처에 있는 리버사이드라는 곳에는 쿠팡의 물류센터가 있습니다. 마운틴뷰 오피스와 마찬가지로 2014년에 설립됐습니다. 수백 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입니다.
- 워싱턴주 시애틀 오피스는 2015년 문을 열었습니다. 역시 수백 명이 근무 중입니다. 마운틴뷰와 마찬가지로 테크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재직 중이며, 그 중엔 광고를 담당하는 CMG(Coupang Media Group) 팀도 있습니다. 로켓직구(해외직구) 담당팀도 일부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시애틀 오피스는 우리의 글로벌 본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쿠팡 미국 오피스의 모습은 어땠나요.
제가 입사했던 2014년엔 직원이 수십 명이었고 공간도 작았습니다. 첫 오피스는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라는 지역에 있었습니다. 정말 ‘벤처’의 느낌이었죠. 저 하나를 빼면 모두가 테크 엔지니어였습니다. 저는 HR과 행정과 그밖의 모든 일들을 다 담당했구요.
당시엔 우리가 쓸 수 있는 회의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가끔 입사 지원자 인터뷰를 볼 때는 야외 테이블을 썼던 것이 기억 납니다. 그때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회사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죠.
당시 한국계 직원은 얼마나 됐나요.
한국인 혹은 한국계 직원은 저를 포함해 셋이었습니다. 쿠팡 미국 오피스의 비전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가 있는 곳, 바로 여기 실리콘밸리에 작게라도 오피스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국적은 관계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규모가 빠르게 커졌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부동산과 미팅을 하고 오피스 가구를 계약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첫 2년 정도는 그렇게 물리적인 기반을 닦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멘로파크에 있던 작은 사무실에서 팔로알토(Palo Alto)에 있는 좀 더 큰 사무실로, 다시 현재의 마운틴뷰 사무실로 이사했죠. 시애틀 오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에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에서 시작했다가 2018년에 독립된 오피스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그 일에도 제가 많이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2~3년에 걸쳐 물리적인 사무공간 셋팅이 끝난 후에는, 인재를 찾고 붙잡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HR 업무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마운틴뷰 오피스는 페이스북, 구글, 삼성 등 쟁쟁한 기업들과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시애틀 오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서는 아마존 같은 기업들과 인재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우리 쿠팡 미국 오피스의 고객은 쿠팡 글로벌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인재들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고객인 쿠팡 글로벌 조직을 ‘Wow’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용 희망자에겐 어떻게 어필하시나요
우리가 이커머스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비전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테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줍니다.
인재를 데려오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말해주세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2017년과 2018년경 저희가 이뤄낸 두 가지 성과가 기억납니다.
먼저 복지 관련 제도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복지제도(health and welfare benefits)를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입니다. 미국에도 육아휴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만 보장됩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엔 남성이 많기 때문에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법적 보장 이상의 육아휴가를 제공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아기를 입양하는 부모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성과는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Blanket L1 비자 프로그램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L1 비자 프로그램 승인을 받은 기업은 미국 밖에 있는 직원들을 미국 안으로 쉽게 파견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취업 비자 승인을 받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르죠.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내 전직(internal transfer)이 용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 승인을 받기 위해 많은 서류작업이 필요했지만,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여러 오피스를 오가게 되면 회사의 전체적인 기술 수준을 올려놓을 수 있죠.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역시 코로나19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 힘들었겠지만 저희에게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물류센터를 멈춰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매일 코로나 감염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했는데, 특히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처럼 전국적으로 감염이 많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IPO)을 하면서 큰 기쁨을 느끼기도 했죠. 여기 실리콘밸리에 대단한 회사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 모두가 IPO까지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IPO가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었나요
IPO 할 때도 기쁘긴 했지만, 사실 정말 더 근본적인 보람은 좋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느끼는 것 같아요.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탑 인재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여기가 아니면 제가 어디서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분들과 일하며 많이 배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리더들과 함께 일하면 리더들이 보는 비전을 같이 보게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동안 아쉬운 점도 있었을까요.
아시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조직하곤 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탁구대회입니다. 마운틴뷰와 시애틀 오피스에서 각각 연중 토너먼트를 통해 대표선수를 뽑은 후 이들이 만나서 최종 우승자를 정하는 방식인데요, 그 경쟁이 말도 못하게 치열합니다. 선수처럼 훈련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되고 이런 행사들을 다시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에는 쿠팡처럼 글로벌 조직으로 크고자 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미난 질문이네요. 제가 조언을 해줄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만 공유해보겠습니다. 저는 한국 회사들이 글로벌화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로컬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무슨 얘기냐 하면요,
쿠팡에 입사하기 전 저는 한국 대기업 몇 곳과 유명 IT기업의 미국 지사에서 일해봤어요. 여기 있는 한국 대기업들은 보통 한국에서 파견나온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구조입니다. 그 사이에 벽이 있어요.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들을 동료로 대하기보다는 잠깐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유명 IT 기업의 미국지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쿠팡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시작부터 글로벌 DNA가 있었고 직원의 국적이나 배경을 보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어느 지역에 있는 오피스이든 포지션마다 최고의 인재를 두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미국도,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하고 로컬 무대에서도 강한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언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