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온라인 쇼핑과 같은 이른바 ‘생활물류’는 현대인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류 전문가인 정호상 인하대학교 교수님으로부터 생활물류의 미래에 대한 제언을 들어봅니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생활의 모든 부문이 큰 영향을 받았다. 사람을 만나기가,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해외 각국은 코로나19 초기에 생필품 등에 대한 사재기로 사회 전체가 큰 홍역을 치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사재기 현상 없이 국민들이 차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였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생활물류 서비스’로 대변되는 우리만의 배송 및 배달 대행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조작 몇 번으로 손쉽게 물품을 주문해서 받고, 편하게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것도 이제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배송을 담당해 왔던 택배회사에 더해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배송 영역에 뛰어들며 물류와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 해외 온라인 유통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드론 배송, 무인로봇 배송 등을 도입하며 배송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최종고객에게 물품이 적시에 안전하게 배송되는 순간에 서비스가 종료되고, 태생적으로 고객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에, 고객이 구매한 모든 물품을 그들이 원하는 곳까지 배송해줘야 한다. 따라서 치열해진 경쟁 속에 물류 및 유통기업들의 생활물류 서비스 관련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 격차’를 줄여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진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함께 고민해 봐야할 도전과제들도 있다.
첫째로 서비스 수요자 관점에서는 편리함 뒤에 감춰진 물류 격차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선 지역 격차가 커지고 있다. 쿠팡 등 일부 기업들이 전국 단위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긴 했으나, 편리한 대부분의 생활물류 서비스는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대도시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도시권을 벗어나면 편하고 쉬운 생활물류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면 대도시와 그 외 지역 간 물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둘째, 세대 격차도 문제가 된다. 세대와 상관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년층으로 갈수록 생활물류 서비스에 대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작은 글씨, 복잡한 화면구성, 결제를 위한 카드 등록 등 젊은 세대에겐 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어르신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인력의 격차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들의 생활물류 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가 부족해질 수 있고, 특히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는 더더욱 부족해 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쿠팡과 같이 전국단위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를 적극적으로 짓지 않는 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쿠팡은 경남, 대구, 광주, 대전 등 비수도권 지역에 주요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돕는 물류를 기대한다
그럼 우리나라 생활물류 서비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사람을 위하는 기술 및 전략 개발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물류의 지역 격차를 줄이고 비수도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위해 물류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사람이 주어진 작업을 더 편하게, 안전하게,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개발과 전략 도입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아마존은 물류인력의 업무경험 개선과 이를 통한 업무 만족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장애인 작업자들을 위해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고, 작업자의 피킹(주문 물품을 찾는 작업)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인력의 보다 원활한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세대 격차 해소를 위해서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년층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결국 전 연령층이 사용하기 편리한 서비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관점의 물류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즉 물류 격차 해소 노력을 기울이는 민간기업에게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물류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에 더해 더 편하고 안전한 업무수행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겠다. 즉, 생활물류 서비스의 수요자 관점에서나 공급자 관점에서나 ‘사람’이 논의의 중심으로 남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필자 소개: 정호상 교수님은 연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버지니아공과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원과 상명대를 거쳐 2013년부터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정 교수님이 이끄는 인하대 SCOA(Supply Chain Optimization & Analysis) 연구실은 ‘인도어 환경에서의 로봇 기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최적화 연구(한국연구재단 지원)’ ‘수도권 물류시설 운영방안 수립 연구(우정사업본부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