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6월 14일에 발행되었습니다.
여기는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조용한 국도변 2층 건물에서 고소한 빵냄새가 풍겨옵니다. 25년째 도넛과 빵을 굽고 있는 (주)디엔비의 공장입니다. 쿠팡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넛들을 만들고 있지요. 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 디앤비가 만드는 빵과 도넛의 인기에는 과연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쿠팡 뉴스룸이 빵공장을 찾아갔습니다.
디엔비 베이커리 공장 100여명의 직원 중 30여명은 60세 이상의 시니어 직원입니다. 최고령은 77세이지요.
“정년퇴직할 나이가 된 분들을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기엔 정말 건강하시고 또 일할 능력들도 있어요.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의 60%는 기계가 만들지만 40%는 공정 특성상 반드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만 해요. 수십 년간 빵을 만들어온 직원들의 손맛은 기계가 따라갈 수 없죠. 그래서 고령자분들을 직원으로 계속 모시고 있어요.”
창업자 신영이 대표의 말입니다. 신 대표님 역시 나이에 비해 젊은 인상이십니다. 그러고보니 대표님을 비롯해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모두 웃는 얼굴입니다. 고소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일하기 때문일까요.
신영이 대표 님은 젊었을 때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마흔살이 되었을 무렵 본의 아니게 빵집을 맡아 운영하게 됐습니다. 남편이 친척에게 빌려준 돈 대신 빵집 운영권을 임시로 넘겨받았거든요. 서울 대치동의 작은 프랜차이즈 지점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사업에서 그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적성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1998년에 경기도 고양시 토당동에서 디엔비베이커리를 창업했습니다. 디엔비는 ‘도넛(donut)과 브레드(bread)’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디엔비베이커리의 도넛과 빵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제품들보다 덜 달고 더 담백해서 식사용으로도 좋았습니다. 맛있고 속에 부담 없다고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학교급식, 군부대에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네 빵집에서 제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에는 고양시 원당동의 현 공장으로 이전했습니다. 상온유통 도넛과 빵 외에 냉장유통 빵과 냉동유통 빵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직원수는 어느새 백여 명이 되었습니다.
기업 경영이나 제빵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여성 혼자 사업을 하다보니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는 힘든 일이 있어도 ‘흘린 눈물만큼, 흘린 땀과 고민했던 시간만큼 성장하는 것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젊어서 간호사로서 미생물학과 영양학을 공부했던 것도 식품 공장 운영에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했습니다. 큰 위기였습니다.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인해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교가 교문을 닫아서 디엔비로 들어오던 급식빵 주문이 끊겼습니다. 시민들의 외식과 쇼핑도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 군부대 PX에서도 빵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수개월만에 회사 매출이 40% 이상 빠졌습니다.
그 힘든 시간, 공장과 일자리를 살린 건 쿠팡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저희는 오프라인 유통만 했었지만 너무 고민이 되어서 온라인으로라도 옮겨봐야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고심 끝에 2~3개월 간 메뉴를 준비해서 쿠팡에 입점했지요. 그게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조금 망설이다가 신 대표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사실 작년(2022년)에는 역대 최고 매출까지 찍었어요.”
올 들어 코로나 유행 국면은 지나갔지만 쿠팡을 통한 매출 비율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맛과 신선함, 그리고 가격 때문입니다.
“쿠팡은 제조자와 직접 거래하잖아요. 중간유통채널을 거쳐서 판매할 때보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대형마트보다 값이 비쌀 이유가 없죠. 또 쿠팡은 고객 집앞까지 완벽하게 배송도 해주고요. 고객들이 이런 장점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도 다시 이전 시대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아요.”
신 대표님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쿠팡은 시대의 흐름을 리딩했고, 덕분에 저희 회사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갈아탈 수 있었어요.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신 대표님은 그간 성공한 여성 중소기업 경영자로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수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빵을 만들며 세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워낸 것,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회사를 키워온 직원분들께 일자리를 계속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고,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습니다.
“회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날마다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신 대표님은 회사 이름 ‘D & B’를 ‘딜라이트 & 비러브드(Delight and Beloved)’라고 부릅니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그만큼 사랑받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 이름에서 따뜻한 도넛의 온기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