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파일럿이 탄생한지 94년이 지났습니다. 성별이나 나이로 직업을 구분 짓는 시대는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고객들에게 여성 쿠팡맨은 낯설기만 합니다. 거기에는 배송 업무가 남자들도 하기 힘든 육체노동이라는 선입견이 클 텐데요. 적은 비율이지만 여성 쿠팡맨들의 수는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벌써 2년 넘게 쿠팡맨으로 당당하게 일하고 있는 두 분을 만났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김가영(인천3), 정준희(남양주1) 쿠팡맨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쿠팡맨? 쿠팡우먼?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가영 저는 쿠팡맨이라는 호칭을 좋아해요. 성별을 나타낸다기보다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쿠팡 배송직원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잖아요. 고객이 “쿠팡맨 왔다!”며 반가워하는 그런 존재로서 말이에요.
쿠팡맨으로 일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준희 쿠팡에 입사하기 전에는 5년 동안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을 했었어요. 귀국 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단기간에 큰돈을 모아야 했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마침 운전도 좋아하고, 활동적인 업무를 선호하던 터라 과감히 지원했습니다. 다른 택배사와 달리 지입차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가영 저는 2015년까지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개인 사업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데다 온종일 컴퓨터에 앉아있었던 탓인지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죠. 그래서 사업을 접고 2년 정도 쉬다가 쿠팡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운전에는 자신 있었고, 무엇보다 쿠팡을 사랑하는 고객이었거든요.
입사는 어렵지 않았나요? 주변에서 놀라기도 했을 것 같아요
준희 입사 당시에 기본적인 면접 외에도 팔굽혀 펴기, 오래달리기, 운전 및 도로주행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여성이라고 특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아요. 저는 태권도를 전공했고, 쭉 운동을 해와서 그런지 아주 어렵지는 않았어요. 합격이 결정되었을 때는 정말 기분 좋았죠.
가영 현실적으로 40대 후반의 여성이 재취업하는 게 쉽진 않아요. 그래서 합격했을 때 더 기쁘기도 했고, 쿠팡이라는 큰 회사의 직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여기저기 막 자랑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지원할 당시에는 힘든 일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들도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응원을 보내준답니다. 얼마 전에는 힘내라며 남편이 안마의자까지 선물해줬어요.
업무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준희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죠. 6개월만 버텨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2년이 지났네요. 배송업무의 기본이 길 찾고, 집을 찾는 건데 처음에는 이런 작은 부분도 어렵게만 느껴지더라고요. 다행히 입사할 때 받은 교육과 배송에 필요한 정보를 똑똑하게 안내해주는 로켓배송앱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신입 쿠팡맨들은 일정 기간 다른 쿠팡맨들보다 더 적은 물량이 주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영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마음은 급한데 몸은 안 따라주고.. 특히 입사 초기에 저에게 주어진 배송 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해서 자꾸 동료들의 도움을 받다 보니 부담감이 커졌죠. 어느 날은 같은 조원으로부터 “가영님, 배송이 늦어지면 언제든지 우리가 도와줄 거예요. 도움 받는 것에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라는 전화를 받곤 펑펑 울었어요. 부족한 저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기꺼이 나서서 도와주는 동료들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었나 봐요. 그래도 지금은 다른 쿠팡맨 만큼은 거뜬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여성이라서 더 힘든 점이 있었나요?
준희 처음에는 솔직히 ‘내가 여자라서 남자보다 힘들 거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남자든 여자든 어려운 건 당연하더라고요. 물론 배송 속도나 근력 면에서 차이는 존재하죠. 때로는 남자들이 한 번에 배송을 마칠 수 있는 곳을 두 번에 나눠 배송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해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걱정했던 친구들도 꾸준히 일하는 저를 보면서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해줘요. 특히 아버지가 보내주는 응원과 격려 덕분에 큰 힘을 얻곤 해요.
가영 여성 쿠팡맨이 근무하는 곳은 별도의 탈의실이나 화장실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서 환경적인 불편함은 전혀 없어요. 남녀 차이는 사실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 아들이 20대 중반인데요. 제 동료들이 비슷한 또래가 많아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 우리 동료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동료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분들이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굳이 힘든 부분을 꼽자면 배송중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는 점? (웃음)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준희 우선 대부분 여성 쿠팡맨을 처음 보기 때문인지 낯설어하는 편이에요. 특히 배송 중 고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때에는 쿠팡맨 유니폼을 입은 저를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남편은 어디 있어요? 혼자 배송하세요?”라는 질문도 받곤 해요.
가영 저도 비슷해요. 좀 순수하게 신기해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이제는 익숙해져서 개의치 않습니다. ‘멋져요’, ‘힘내세요’라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참 많아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가영 동료들이죠! 동료들의 존재가 단연 1순위예요. 좋은 조원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일하지 못했을 겁니다. 힘든 순간마다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준 CL(Camp Leader)님들이나 조장님, 동료 쿠팡맨들 덕분에 지금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준희 저도 마찬가지예요. ‘츤데레’라고 할까요? 분명 본인들도 힘들 텐데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 조용히 나타나 묵묵히 도와주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더 발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들었어요
준희 올해 7월에 1종 대형면허를 취득했어요. 배송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덕분에 최근에는 정해진 소분 장소까지 배송 상품을 이동하는 5톤 트럭 운행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쿠팡맨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차량 사고가 한 건도 없었는데요. 이 무사고 기록은 제가 파란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꼭 지켜나가고 싶어요.
가영 저도 몇 달 전 지게차와 굴착기 자격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당장 제 업무에 필요한 건 아니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이 물류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만큼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저는 입사 6개월이 넘은 시점까지도 좀처럼 배송효율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CL님께 요청해서 선임 쿠팡맨과 동승하며 재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신입 시절에도 동승교육을 받지만, 그때는 모든 게 낯설잖아요. 어느 정도 근무를 해 본 뒤 재교육을 받으니 지금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어느 부분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금방 깨달을 수 있더라구요.
예전과 달리 여성 쿠팡맨의 입사가 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준희 여성쿠팡맨이 입사했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반가워요!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동료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남자들이 다수인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자라서 힘들 거야’라며 금방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힘들더라도 꾸준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역량이 늘고, 여러분 옆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들의 응원도 늘 거라고 믿습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기’. 이것만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가영 맞아요. 다른 동료들과 비교하며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멘탈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처음부터 바로 베테랑들처럼 잘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서 하나씩 실천하길 권하고 싶어요.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은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60가구, 80가구, 100가구 등 순차적으로 목표한 바를 완수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체구의 저도 2년 넘게 해냈어요. 여러분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
마지막 질문이에요. ‘나에게 쿠팡이란?’
가영 나의 건강을 되찾아 준 곳이자 나의 마지막 직장이죠. 제가 올해 딱 쉰 살이 되었거든요. 구체적인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준희 입사 전 꿈꿔온 개인적인 목표가 여러 이유로 실현되기 어려워져 깊이 좌절했었어요. 그때 쿠팡이라는 울타리가 저를 지탱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의 준비와 계획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제가 일할 곳, 소속된 곳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되었거든요. 덕분에 경제적인 면 외에 정신적인 면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한때는 단지 수단이었던 쿠팡맨이라는 직업이 이제 또 다른 목표이자 미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쿠팡맨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더 역량도 키워서 캠프 관리자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는 쿠팡을 사랑하는 고객이기도 한데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최고의 배송서비스를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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