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관두고 100만 원으로 창업, 1년 4개월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 20대 CEO “쿠팡으로 꿈 이뤄가고 있어요”

“쿠팡 매출 비중이 80%에 달해요. 덕분에 올 한 해 매출은 4억 원을 넘길 것 같아요. 넓은 사무실로 곧 이사도 가고… 꿈을 이뤄가고 있어 너무 재밌어요.” 대기업을 관두고 20대에 과감히 비즈 공예 업체를 차려 빠르게 성장하는 김회연 대표를 뉴스룸 팀이 만났습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 한 사무실. 내부 공간은 형형색색의 손톱 크기만한 동그란 비즈(beads∙구멍이 뚫린 작은 구슬) 수만 개가 사면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탈 유리 소재의 아쿠아마린, 자수정 같은 탄생석부터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반짝였습니다.

 “매일매일 비즈에 둘러싸여 일해 정신없어요.(웃음).” 비즈업체 ‘샤론델’의 김회연(28) 대표가 맞이했습니다. 실제 사무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비즈 공예 재료들이 모인 동대문 종합시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샤론델은 수백 가지가 넘는 비즈를 선별해 고객 스스로 반지나 목걸이, 팔찌를 만드는 DIY 키트를 제작해 파는 회사입니다. 6가지 색깔의 비즈를 가로 8cm, 세로 5cm의 작은 정사각형 케이스에 담아 파는데, 쿠팡 판매가는 1만6000원~2만 원 초반. 하지만 매일 적게는 100건, 많게는 300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창업 1년 4개월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비즈를 요즘 고객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 개발

사실 비즈 공예는 최근 ‘집콕’이 활발해진 코로나 시대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출발해 기원전(BC) 시대에도 활발했던 취미이자 문화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비즈 공예를 해왔어요. 저희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도 다 하셨거든요.”

Q. 오래전부터 존재한만큼 새로운 아이템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 팔리나요?

“비즈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왜 단지 ‘비즈 공예’ 취미에 머물렀을까요? ‘나만의 쥬얼리’를 가지고 싶은 많은 고객들의 욕구를 채워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즈를 일일이 한 종류씩 구매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복잡하고 찾기도 어려워요. ‘예쁘긴 예쁜데 만들려면 시간 오래 걸리겠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또 요즘 2030 고객들도 취향이 다양해졌어요. 하트 펜던트+다이아몬드 탄생석+금색 비즈를 조합한 목걸이를 사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하트 목걸이’밖에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빈틈을 제가 공략하는 거예요. 완성품 쥬얼리는 어떨까요. 마음에 드는 건 너무 고가이고 중저가 제품은 개성이 떨어져요. “

Q. 그래서 어떻게 차별화했나요?

“비즈를 고객 입장에서 편하게 이용하도록 ‘재구성’(curation)하는 기획상품을 만들었어요. 공장에서 생산하는 비즈는 철사에 비즈를 꽂아 판매하고 있어요. 수천개가 넘는 비즈를 대량 사입해 일일이 해체, 검수하고 다양한 기획상품으로 재구성해 분배해요. 대여섯명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비즈 DIY 키트는 물론 예전부터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컨셉을 구성하는거에요. 예를 들면 과일 열매를 연상하는 ‘과즙 컨셉’의 키트가 인기가 많은데, 열매와 잎사귀 같은 상큼한 색상에 어우러져 목걸이 3~4개를 만들어요. 또 무광의 ‘블러썸’ 팔찌 키트는 싱그러운 꽃이 연상되는 따뜻한 핑크 컬러와 푸릇푸릇한 녹색 상품으로 구성해요.

여기에 최종 완성품을 만들 수 있도록 우레탄줄과 본드, 다양한 마감 부자재를 제공합니다. 우레탄줄에 비즈를 끼우고, 고리에 줄을 묶어 매듭을 지으면 완성! 고객은 저희 제품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완성하고 시간을 절약합니다. 시중에서 파는 비즈보다 퀄리티가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요.”

Q. 단골 고객도 많을 것 같아요.

“고객 1인당 5만 원씩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 키트에 본인 취향에 따라 각종 부자재를 별도로 사시거든요. 고객분들은 반응도 빠르지만 리뷰도 정말 많이 남겨 주시는데, 쿠팡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심지어 기업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쓰겠다며 연락을 주십니다. 물건을 배송해주시는 배송기사님들은 언제나 좋아하세요. 키트당 무게가 평균 50g밖에 안돼 고객이 아무리 많이 주문해도 가볍거든요(웃음)”

20대만 고객인 줄 알았더니..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하자 5060 고객 ‘봇물’

그녀는 “중학생 시절부터 악세서리를 만드는 게 취미였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악세사리 부자재를 사들여 머리끈, 팔찌, 귀걸이를 만들어 지인과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대학에선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정부 기관과 언론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2018년 한 대기업의 사내 아나운서로 입사했습니다. 사내 소식을 전달하는 아나운서 업무도 재밌었지만, 쥬얼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오픈 마켓을 통해 그동안의 취미를 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연결하고자 지난해 중순 퇴사했습니다.

Q. 안정적인 대기업을 퇴사했는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전혀요. 취미를 사업화한 것이기 때문에 돈을 못 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망하면 망하겠지’라고 편하게 마음 먹었어요. 아직 젊으니까 실패하더라도 또 도전하면 되니까요.”

창업 첫달 투자금은 약 100여만 원. 집과 카페를 사무실 삼고 도매업체 40곳에 발품을 팔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고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상품을 기획했고, 그해 7월 입점한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소량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고객 주문이 밀려들자 추가 사비를 털어 제품을 제작했고, 추가 입점 3개월만에 월 매출이 1000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온라인 SNS에 전방위적으로 제품이 퍼져 나간 것입니다.

Q.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할 줄 기대 했었나요?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더욱 놀랐던 것은 제품을 찾아 주시는 쿠팡의 고객 연령대였어요. 20대 고객만비즈 키트를 구매할 줄 알았는데 아침에 자고 눈을 떠보면 40~60대 고객들까지 문의를 남겨주신 거에요. 15년 동안 쥬얼리 제품을 즐겨 착용하고 사용해왔지만 온 몸에 전율이 돋는 순간이었습니다.”

Q.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20대에만 초점 맞추던 제품 라인업을 전 연령대와 성별로 확장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연령층을 담을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진주반지 30개 제작이 가능한 ‘진주 반지 키트’를 출시했어요. 고급스럽고 유리알처럼 빛나는 화이트와 진주 색깔 비즈로 ‘어머니, 이모, 친구에게 선물하세요’라는 컨셉으로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또 요즘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이 비즈 공예로 팔찌를 직접 만들어 착용하면서 유행이거든요. ‘레퍼들이 좋아하는 힙합 팔찌로 인싸되세요’라는 컨셉으로 만든 ‘힙합 팔찌’ 제품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으로 ‘미니 슈퍼’를 만드세요  

김 대표는직관적인 검색 결과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다양한 취향의 쿠팡 충성 고객들의 특성에 맞게 제품을 마케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즈를 사는 고객들의 취향은 다양해요. 비즈를 모은 키트도 있지만, 400~500원짜리 펜던트 같은 부자재 단품을 별도로 많이 찾으세요. 그 제품이 본인이 좋아하는 키워드로 검색해 나오는 걸 사시고요. 특히 광범위한 고객층이 이용하는 쿠팡은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상품=한 제품 페이지’ 원칙을 지켜요. 400원, 500원짜리 펜던트나 부자재를 위한 상품 페이지가 별도로 있습니다.  한 키트 상품 페이지에 수십개가 넘는 비즈 부자재의 옵션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편안해 보일지 몰라도, 고객 고민을 높이고 구매를 머뭇거리게 해요. 그래서 쿠팡에 300개의 상품 페이지를 운영 중이에요. 물론 수많은 상품에 대해 일일이 페이지를 만드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런 노력을 통해 비즈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쿠팡을 통해 노출시키고 고객 외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Q. 액세서리 시장은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만큼 정보도 중요할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웬만하면 모바일로 뉴스를 보지만 전 아직 여러 종합지와 경제지를 종이신문으로 봐요. 고객들의 소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디자인과 색감이 뜨는지 소개하는 다양한 심층 리포트를 즐깁니다. 활자로 기사를 읽으면 보다 습득력과 이해력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 사업을 하면 사람 만날 시간이 없으니 뉴스가 크게 도움돼요.”

Q.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저도 사업을 아직 배우는 단계에요. 매일처럼 세무사분들에게 전화해서 세금에 대해 묻거든요 (웃음). 그럼에도 제가 아이템에 있어서는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당신만의 사물함을 만들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과자,컵라면,우유만 추려 나만의 ‘미니 슈퍼’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남들과 전혀 똑같지 않을 걸요? 그런 방식의 기획과 재구성, 아이디어로도 창업할 수 있고 쿠팡에서 그런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직원을 늘려가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물색할 예정입니다. “쿠팡에 모든 에너지의 90%를 집중하고 있지만 점점 유통 채널을 넓히고 싶어요. 나중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꿈이에요.”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