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안내자, 쿠팡 공간 디자이너들

퀴즈 하나 드립니다. 아래 사진들은 어디서 촬영한 것일까요?

  1. 백화점의 지하주차장
  2. 물류 시설
  3. 국회의사당에 숨겨진 태권V 비밀기지 안

답은? 2번입니다. 이 도안들은 쿠팡 CFM팀의 채우리(크리스틴) 님과 양승병(메시) 님의 작품입니다. 전국의 쿠팡 캠프(배송기지)에서 사용하는 안전 게시물 용으로 표준 디자인을 만든 것이죠.

쿠팡 캠프는 365일 24시간 복잡하게 물류가 돌아가는 공간이고, 수많은 사람과 차들, 지게차들이 움직이므로 공간의 효율적인 동선 설계와 안전 표지물 설치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각종 안전표지들이 처음 오는 사람의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너무 거슬리지는 않도록 통일감이 있어야 하죠.

크리스틴 님과 메시 님이 속한 CFM은 ‘Construction & Facility Management’의 약자로, 캠프를 새로 만들거나 오래된 캠프를 리노베이션할 때 내부 공간 디자인 기획과 시공을 담당합니다. 위의 도안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8월부터 전국의 쿠팡 신규 캠프에 순차적으로 적용됩니다.

1번 사진을 촬영한 장소, 쿠팡 대전 1캠프

쿠팡 뉴스룸 팀은 8월 중순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시설 공사 및 인테리어 작업 중인 대전 1캠프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현장에서 시설물들을 점검 중이던 크리스틴 님과 CFM팀 멤버분들을 만나, 이번에 새롭게 디자인된 안전 시설물 도안과 캠프 공간 전체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캠프 공간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팀이라니, 어떤 분들이 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틴/메시 님: 저희 팀은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종류의 공간을 만들었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류센터를 설계했던 분도 계시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근무하신 분도 있고, 쇼핑몰과 식음료 매장, 의류 매장, 화장품 매장 등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했던 팀원들이 있어요.

(왼) CFM팀 Sr. Fleet Management Specialist 양승병(메시) 님, (우) CFM팀 Sr. Facility Designer 채우리(크리스틴) 님

Q. 쿠팡 캠프는 물류가 일어나는 공간인데요, 물류 업계가 아닌 다른 업계 업장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이 흥미롭습니다.

크리스틴/메시 님: 쿠팡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건 캠프 설계도 마찬가지예요. 쿠팡은 회사가 직고용한 쿠팡친구라는 배송직원이 있고, 이들이 회사가 직접 관리하는 차량을 통해 막대한 규모로 고객들에게 물건을 배송해줍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는 쿠팡 외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캠프 설계에 있어서도 딱 맞는 경력자가 있을 수가 없겠죠. 오히려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했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단순히 물류만의 관점이 아닌 더 넓은 시야로 캠프라는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예를 든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크리스틴/메시 님: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캠프 내외부의 바닥재와 마감재, 조명, 간판도 저희가 디자인해서 전국 캠프에 표준화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종 안전시설물도 마찬가지고요. 캠프 안에서 사용하는 각종 게시물의 글자 폰트 역시 쿠팡 스타일로 통일했습니다. 이를 문서화해서 표준 매뉴얼 책자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표준화를 하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통일감 있게 나타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고요.

Q. 캠프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크리스틴/메시 님: 보통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들과 실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보통 한 공간 안에 여러 가지 색깔을 넣고 싶어 하고, 각각의 색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죠. 실제 그 공간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도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현장을 가보면 너무 많은 색깔을 사용한 공간은 사용자의 혼란만 가중하고 정작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공간을 처음 디자인할 때 자동차를 주차하는 공간은 파란색 라인으로, 물건을 적재해놓는 곳은 노란색 라인으로,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초록색 라인으로 표시할 수 있겠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점차 사람들이 각 색깔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차를 해야 하는 공간에 물건을 놓는다든지, 차가 다녀야 하는 공간에 사람이 지나다닌다든지 하는 일들이 점점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또 캠프 내에 화려한 색깔로 현수막을 너무 많이 걸어둔 곳들도 있죠. 그런 현수막들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사람들이 각각의 내용을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냥 배경으로 보이게 될 뿐인 거죠.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오픈하는 대전 1캠프에는 두 가지 색만 사용했습니다. 사람이 다녀도 되는 곳은 하얀색. 사람이 다니면 안 되는 곳은 빨간색. 캠프라는 공간은 차와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는 곳이고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니까요.

Q. 하지만 표시를 잘하더라도, 대전 1캠프처럼 넓은 공간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크리스틴/메시 님: 그래서 바닥과 천장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먼저, 물건을 적재하는 공간은 바닥에 명확하게 표시를 했습니다. 쿠팡친구와 쿠팡플렉서가 캠프로 출근을 하면 각자 차에 적재해야 하는 롤테이너 번호를 알게 되는데요. 이 롤테이너 번호를 바닥에 적어놨습니다. 출근 후 바닥의 번호만으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바로 알 수 있죠. 또 물품을 분류하는 헬퍼도 정확히 이 구획 선 안에 롤테이너를 보관하게 되니 혼란이 줄어들고 공간의 활용도 또한 올라가게 되는 거죠.

그리고 지게차가 이동하는 동선 등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는 공간만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나머지 공간은 천장에 거는 행잉 사인(Hanging Sign)으로 구획화했습니다. 캠프에는 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차량이나 적재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만 구획을 표시하게 되면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높은 위치에 행잉 사인을 달아 멀리서도 쉽게 여기가 어떤 구역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거죠. 마트에서 원하는 상품이 어디 진열되어있는지 찾을 때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 행잉 사인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이런 공간디자인 표준화 작업이 왜 중요할까요?

크리스틴/메시 님: 2021년 8월 기준으로, 저희는 수십 곳의 캠프를 동시에 런칭하거나 리노베이션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로 친다면 수백 곳에서 작업을 했죠. 앞서 말씀드렸듯 표준화를 하면 공사 기간이 짧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공간을 재설계해 공간과 작업자 동선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우리 쿠팡이 매일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즉, 더 많은 고객이 더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저희는 이렇게 저희가 하는 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