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좋으면 쿠팡에선 눈에 띄죠” – 1인 브랜드 ‘워너빅’의 3가지 성공 비결

‘저 맨투맨, 참 이쁘고 저분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좀 헐렁헐렁한 느낌인데?’ 

워너빅 김현주 대표를 쿠팡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이었습니다. 포근한 느낌을 주는 박시(boxy)한 흰색 옷이 윤기 나는 검정 생머리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왠지 여성복의 핏은 아닌 것 같았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역시 그가 입고 있던 흰색 맨투맨 상의는 여자 옷이 아니라 남성용 오버핏(over-fit) 제품이었습니다.  

“전 평소에도 이렇게 입고 다녀요. 남자 L사이즈를 입거든요. 제가 파는 물건은 저 본인이 가장 먼저 입고 테스트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이 먼저 헤지는지, 소재는 피부에 닿았을 때 부드럽고 좋게 느껴지는지, 세탁을 여러 번 해도 문제가 없는지. 직접 입어보기 전엔 이런 걸 알기 어렵죠.” 

김현주 대표는 패션 브랜드 ‘워너빅(WANNABIG)’을 운영하는 1인 사업자입니다. “가성비 좋은 남자 빅사이즈 옷”이 이 브랜드의 슬로건이죠. 워너빅의 옷은 모두 사이즈가 큽니다. 농구선수 하승진(키 2.21m, 몸무게 약 140kg), 래퍼 돈스파이크(키 1.90m, 몸무게 약 100~130kg) 등이 입고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빅사이즈라고 해서 꼭 이렇게 덩치가 큰 사람만 입는 것은 아닙니다. 근육질 몸매로 보이고 싶어하는 남성들이나 헐렁한 느낌을 좋아하는 여성들도 이렇게 오버핏되는 옷을 입는 것이 요즘 유행 중 하나죠. 

창업 전 김현주 님은 패션 쇼핑몰 회사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해서 6년간 평범한 월급쟁이로 일했죠. 그러다가 큰 결심을 했습니다. 2019년 8월 자본금 500만 원과 옷 3벌을 가지고 워너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1인 사업체인데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쿠팡에서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매출의 약 80%는 쿠팡에서 나옵니다. 

매출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10월, 창업 2년여 만에 쿠팡에서만 월매출 40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김 대표는 개인 블로그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랑해요 쿠팡” 

패션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자본이 많은 대기업들도 어려워하는 시장이죠. 쿠팡에서도 수많은 셀러들이 자신만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가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브랜드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고 자금도 적었던 김현주 대표가 과연 이 어려운 시장을 어떻게 뚫고 자신만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시장조사: 진짜 트렌드는 홍대 앞이 아니라 “가디단”에 있다
  • MVP(Minimum Viable Product): 빠르게 실험하고 되는 아이템에 집중하라
  • 피벗(Pivot): 위기가 닥치면 유연하게 대응하라


시장조사, 홍대 앞이 아니라 구로동에서? 

매일 본인이 판매하는 남성복을 입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성으로서 남성복 트렌드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시장 조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특히 트렌드의 민감한 변화를 감지하고자 할 때 그가 서울에서 자주 찾는 곳이 있습니다.  

‘패피’들이 모이는 홍대 앞? 아닙니다. 강남 가로수길? 아닙니다. 그는 직장인들 출퇴근 시간에 맞춰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가곤 합니다. 

“홍대 앞 같은 번화가는 거리두기 단계가 조금만 강화돼도 사람이 없어 오히려 참고가 잘 안되더라고요. 저는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직장인 층의 비율이 높은 가산디지털단지에 자주 갑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 중에 직장인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가, 이곳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광화문이나 여의도에서처럼 양복을 입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이 어떤 캐주얼한 옷들을 입고 다니는지 한 눈에 파악하는데 가디단이 용이한 거죠.” 

또 동대문 도매시장도 자주 방문합니다. 요즘은 온라인 의류 유통 시스템이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직접 도매시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셀러들이 많은데요, 김 대표는 꼭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 시장을 한 바퀴 돌면 다음 트렌드가 무엇이 될지 보여요. ‘이번엔 이런 옷들이 많이 나오네’라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그런 옷이 유행을 하더군요.” 


MVP: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하라 

“쇼핑몰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김현주 대표가 회사원이던 시절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브랜드 창업 아이디어를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웹디자이너가 알면 뭘 알겠냐’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핀잔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수록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의 불씨가 계속 커져만 갔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안정적인 월급이야 달콤했죠. 그러나 ‘20대가 끝나고 30대가 되어도 계속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나을까?’ ‘늦기 전에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품목은 빅사이즈 남성 옷으로 정했습니다.

왜 하필 그런 아이템을 선택했을까요? 

“많은 고민을 했어요. 1인기업으로 도전하기에 여성패션은 이미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죠. 그래서 경쟁이 덜 치열한 품목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김 대표가 보기에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분야가 바로 빅사이즈 남성복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옷을 살 때 직접 입어보는 걸 원합니다. 그런데 아주 큰 사이즈의 옷은 백화점이나 의류 매장에 가도 재고가 없습니다. 기성복 매장에 가보면 남자 옷을 최대 110(X라지) 정도의 사이즈까지 구비해놓지만 2XL, 3XL과 같은 특대 사이즈는 입어볼 수 있는 매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온라인 판매를 해도 경쟁에서 그다지 불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은 빅사이즈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더군요.” 큰 옷을 사는 덩치 큰 소비자들은 패션 트렌드에는 신경을 덜 쓸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김 대표는 생각했습니다. 사이즈가 큰 옷도 예쁘게 입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요. 

2019년 8월,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옷 샘플 3벌을 만들어놓고 드디어 창업을 했습니다. 제품 사진을 찍고 빅사이즈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을 붙여서 쿠팡을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 올렸습니다.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예상했듯이, 온라인에서 빅사이즈 옷을 애타게 찾는 고객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심지어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냐고 묻는 고객들의 전화도 걸려왔습니다.  

매출이 올라가자 김 대표는 품목 수를 차차 늘렸습니다. 또 동대문 시장에 작은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고객들이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IT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데요. 이는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 탑재한 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며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기법입니다. 워너빅의 사업모델도 MVP 방법론과 유사했습니다. 일단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소수의 핵심 상품만 먼저 팔아본 후에 소비자의 반응을 보며 변주해 나아가는 것이죠. 


피벗(Pivot): 위기가 닥치면 유연하게 대응하라 

막 활주로를 이륙해서 하늘로 날아올라갈 것만 갔던 워너빅 사업. 그러나 런칭 반 년만인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면서 워너빅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습니다. 힘들게 임대료를 내며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에는 방문하는 사람이 뚝 끊겨서, 어떤 날은 하루에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주문도 단 한 건도 없는 날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고객이 없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온라인 주문도 급하락을 한걸까요?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거리도 텅텅 비고, 외출 자체를 아예 자제하는 분위기였죠. 다시 말해 외출을 거의 안 하니 새 옷을 살 필요가 없어졌던 거에요. 특히 1-2월은 봄옷 쇼핑을 하는 시기인데, 외출을 안 하니 새 옷을 안 사게 된 거죠.”

이대로 꿈을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옷이 안 팔리면, 옷감이라도 팔아보자 싶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는 ‘피벗(pivot)’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거나 시장 상황이 변해서 좋은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다른 사업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죠. 김현주 대표도 과감하게 피벗을 실행합니다.  

보통 스타트업 업체가 피벗을 할 때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인접 분야로 진출하죠. 워너빅의 경우는 맨투맨 등 면제품 의류를 팔면서 만들어온 도매 네트워크와 유통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2020년 봄부터 여름까지 가장 수요가 높은 면 제품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면마스크였습니다.

2020년 2~3월에는 마스크 품귀현상이 전국적으로 발생했고, 약국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적어가면서 소량씩만 겨우겨우 살 수 있었던 걸 기억하시죠.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김현주 대표는 면 마스크를 팔자고 생각했습니다.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원하는 면 소재를 빠르게 소싱할 수 있던 노하우가 있었고 또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창업 이래 최고 월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포장하고 택배 송장 붙이기 바빴습니다. 순식간에 주력 품목이 바뀐 것이죠. 철저한 시장조사와 기민한 대응의 승리였습니다. 

면마스크의 큰 성공에 힘입어 사업 위기를 넘겼고, 소중히 가꿔온 온라인 유통채널과 브랜드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한풀 꺾이고 사회가 안정을 찾자 다시 빅사이즈 의류 판매량이 회복되기 시작했죠. 이젠 본업인 빅사이즈 남성복 사업을 주력으로 월매출 40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2년 전 회사원 생활을 할 때의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1인 기업, 왜 쿠팡을 택했을까? 

김현주 대표는 치열한 고민 끝에 사업을 시작했고, 절대 사업을 쉽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큰 위기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빠르게 본인이 잘 팔 수 있는 다른 아이템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저는 퇴직금 300만 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딱 1년이라는 시간을 줬죠. 1년 동안 잘 안되면 그만하고 다시 회사생활을 하자고 다짐했어요.” 

평생 딱 한 번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하루 종일 사업을 키울 생각만 했습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건 당연하고, 마케팅 공부도 꾸준히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좌들을 수강하고 워너빅 사업에 적용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과 같은 1인 사업자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쿠팡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쿠팡에서는 제품 경쟁력이 좋으면 적은 자본으로도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띌 수 있습니다. 

“저는 쿠팡에서 ‘5XL’과 같이 아주 큰 사이즈의 옷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는지를 알아봤어요. 그에 맞게 우리 제품의 키워드를 설정했고요. 그러자 따로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판매가 잘 이뤄지더라고요.” 

두 번째 이유는 역시 선택과 집중 때문입니다. 1인기업에게 가장 부족한 건 시간이니까요. 김 대표는 버릴 것은 버리고 집중할 곳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판매 채널에 있어서는 사업 초반부터 현재까지 가장 매출이 잘 나오는 쿠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품군은 남성 빅사이즈 의류에 집중하고 있죠. 

“처음에는 쿠팡에서 과연 패션 아이템이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재 매출의 80% 이상이 쿠팡에서 나오고 있어요.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한다면야 물론 좋겠지만, 결국 나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어디에 집중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1인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김 대표의 조언은 간단합니다. “저는 너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가장 잘 팔릴 제품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걸 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해보세요.” 가성비 좋은 빅사이즈 맨투맨 하면 워너빅이 떠오르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