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야, 잘 있었어? 같이 한번 뛰어 볼까?”
지난 4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의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행강(행복한 강아지)이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 660㎡(200평) 규모 시설에 유기견 400여 마리가 생활하는 곳입니다. 방진복을 입은 쿠팡 직원 최별이(29)씨가 흰갈색 털이 송송 나 있는 강아지 ‘먼치’를 품에 안고 보호소 밖을 나와 인근 산책로를 뛰었습니다. “지난 3년간 매달 만나서 그런지 저를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짖는 답니다. 빨리 부모를 찾으면 좋을 텐데…그때까지 제가 친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강아지 생명을 위해…매달 1회 보호소 봉사, ‘유기견 달력’ 제작해 수익금 전액 기부
최씨는 쿠팡 직원들로 뭉친 유기견 봉사 동호회 ‘유기타팡’ 회원입니다. 유기타팡은 주인으로부터 버려졌거나, 안락사 위험에서 구조한 강아지들이 모인 유기견 보호소에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정기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습니다. 이날 최씨를 비롯한 회원 4명은 견사 청소를 시작으로 강아지 간식 먹이기, 공놀이, 산책으로 이어지는 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동호회 회장 최문관(36)씨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매달 20~30여 명의 회원들이 봉사를 나갔지만, 지난해부터 3~4명의 소수만 봉사를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동호회 회원 수는 약 130여 명. 이들의 활동은 월 1회 정기 봉사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월 회비(1만 원)와 쿠팡에서 매칭으로 지급하는 동호회 활동비(1만 원)를 포함해 회원당 2만 원을 매달 전국 유기견 보호소에 강아지 병원 치료비와 사료로 기부해왔기 때문입니다. 매년 연말에는 귀여운 유기견 사진이 담긴 달력을 300~500부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기부금에 보태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기부한 금액은 7600만 원에 달합니다. 기부처는 전국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유기견 보호소 90곳입니다. 동호회 총무 김수연(33)씨는 “심장 사상충, 요로결석 등 강아지가 앓는 질환에 대한 치료비와 중성화 수술에 기부금이 주로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유기견 보호소 관계자들에게 ‘유기타팡’은 단순 봉사단체 이상의 큰 의미입니다. 행강 보호소를 17년간 운영해온 서철호(58) 소장은 “쿠팡 임직원들의 정기 봉사는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자 축복”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다른 기업이나 단체는 1년에 한번 봉사를 옵니다. 그런데 쿠팡 유기타팡 회원들은 매달 꼬박 봉사활동을 옵니다. 너무나 감사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라 열심히 쿠팡만 씁니다. 저희 보호소를 후원하는 다른 단체∙개인 기부자분들께도 ‘사료는 쿠팡에서 주문해달라’고 말씀드릴 정도에요(웃음)”
버려지거나 안락사 위기 처한 강아지 돕기 위해 설립
유기타팡 회원들은 유년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웠거나, 유기견을 직접 입양해 키우면서 버려진 강아지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인 차원의 봉사와 후원을 진행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일부 단체나 보호소에서는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을 안락사 조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견사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강아지가 병에 걸려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마케팅, 영업, 인사, 개발…근무 부서는 저마다 달랐지만 열악한 환경에 놓인 유기견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쿠팡 직원들이 뭉쳐 2018년 9월 유기타팡을 만들었습니다. 10명으로 시작한 동호회는 1년 만에 회원수가 80명을 돌파하더니 2년이 되자 100명으로 늘었습니다. 유기타팡은 쿠팡의 여러 동호회 가운데 가장 회원이 많고 탈퇴율도 ‘제로’(zero)에 가깝습니다. “쿠팡에서 이렇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어요. 진짜 열악하고 어려운 곳을 돕기 위해 전국의 선한 유기견 보호소를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김씨의 말입니다.
유기견 보호소 현장에서 당장 시급한 숙제는 ‘강아지 운동’이었습니다. 행강 보호소는 직원은 2명이지만 기르는 강아지는 400여 마리가 넘습니다. 태어나서 산책 경험 한번 없이 견사에 갇혀 있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회원들에게는 지난 2019년 봉사활동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회원 56명이 봉사활동에 동참해 산책이 가능한 강아지 200마리와 보호소 주변을 걷고 뛰었다고 합니다. 회원 한 명당 강아지 3~4마리와 산책로를 누볐습니다. 최씨는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산책 연습을 통해 주인 보폭에 맞춰 산책하지만 보호소 강아지들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활동량 넘치는 강아지들이 산책 후 곤히 잠든 모습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소 떠나 새로운 부모 찾은 강아지 소식이 제일 행복해요”
동호회 활동이 가장 보람찬 순간은 강아지들이 부모를 찾아 보호소를 떠날 때입니다. 강아지들이 화목한 가정에서 건강과 밝아진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회원들은 강아지 입양소식에 “브라보!” “정말 대박입니다!”고 외쳤습니다. 보호소에서 오랜 기간 지내온 ‘복자’와 ‘백암’이가 최근 미국 부모들에게 입양됐다는 소식입니다. 복자와 백암이는 각각 사모예드(Samoyed), 그레이트 파레니즈(Great Pyrenees) 품종의 대형견으로, 소형견을 선호하는 국내 가정에 입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에서 부모를 찾았다고 합니다.
회원들은 직접 유기견을 입양하거나 지인에게 입양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2년 전 강아지 ‘양이’와 ‘미미’도 그렇게 새 삶을 찾았는데요. 최별이씨는 “봉사를 하다 양이를 입양한 데 이어 미미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캐나다로 입양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미미는 수시로 미용 케어를 받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라며 웃었습니다. 유기타팡의 지원에 힘입어 행강 보호소는 올해 강아지 40여마리를 새 부모에게 입양 보냈다고 합니다.
유기타팡 회원들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삶이 훨씬 풍요로워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쿠팡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동료 직원들이 많습니다. 강아지를 키울 환경이 되지 않거나, 키워보지 않았는데도 취지에 공감해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애사심도 커지고 업무에도 열정이 생깁니다. 동료 회원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귀중한 생명을 구하도록 더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