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차이 쌍둥이 형으로 태어났습니다. 돌 무렵, 동생은 물건을 잡고 일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데 형은 겨우 배밀이를 시작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발달속도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소견서를 받아 더 큰 병원으로 갔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을 들었죠. 뇌병변 장애. 대학병원 담당 의사는 “앞으로 쌍둥이 첫째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스무살 되던 해, 100m 13.4초. 국제대회 육상종목에 나가 금메달을 따 왔습니다. 말 그대로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요.

쿠팡은 전국 장애인선수들과 긴밀한 소통을 위해 운동선수 관리직인 캡틴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2019년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했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을 자사 직원으로 채용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했습니다. 2022년 1월 현재, 쿠팡 장애인선수단에는 전국 70명의 선수들이 소속되어 훈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쿠팡 장애인선수단은 작년 10월 경상북도 구미에서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총 42개 메달(금 12, 은 11, 동 19)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당시 3관왕(100m 금메달 / 200m 금메달/ 400m 동메달)을 한 육상트랙 종목 이상혁 선수(남자T37, 뇌병변장애)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두 달 후, 바레인에서 열린 2021 장애인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2개(100m 금메달 / 200m 금메달)나 목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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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 안 하고, 앞만 보고 뛰었어요”

“금메달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상혁 선수는 명쾌한 해답을 전했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가 육상 단거리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사례는 이상혁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입니다. 이 선수는 “국내 대회에서는 출발 신호가 ‘차렷’, ‘출발’, ‘탕(총소리)’ 인데, 국제 대회에서는 ‘Set’, ‘탕’” 이라며, “바레인 경기를 위해, 스타트 연습도 많이 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육상 단거리 부문 이상혁 선수 최근 경기 기록

구분2021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2021.10.20~25
2021 바레인 장애인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
2021.12.2~6
100m금메달 (13초88)금메달 (13초46)
200m금메달 (27초04)금메달 (27초8)
울산에너지고 3학년 이상혁 선수의 반 친구들이 써 준 롤링페이퍼

“체육시간마다 모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너 모습이 잊히지 않아.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자극을 받고 즐거울 수 있었어. 많은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상혁아, 내가 매번 인사할 때마다 해맑게 손 흔들어줘서 고마워. 긍정적인 널 보면서 나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나중에 꼭 TV에 나와서 열심히 달려줘. 응원할게”

“미래의 패럴림픽 금메달 상혁이에게, 무조건 상혁이 너가 1등일꺼야. 스포츠 스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랄게”

이상혁 선수는 초등학교, 중학교는 울산에서, 고등학교는 경주에서 졸업하는 등 비장애인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태권도와 검도, 승마를 배우며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연습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병행하며 근육이 경직되거나 신체적인 기능이 감소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신발끈을 스스로 묶는 것이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상혁 선수에겐 “의학 논문에 나올 일” 이랍니다. 어린시절 이 선수의 MRI와 CT 기록을 들여다본 의사 조차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아이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온 건 기적”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네요.

이상혁 선수말에 의하면, 수업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멍하게 앉아 있다 보면, 선생님이 “차라리 밖에 나가서 뛰어라” 해서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다가 달리기를 잘하게 된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전했습니다.

이상혁 선수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들에게 애칭을 정했습니다. 첫째인 이 선수는 ‘육체파 아들’, 쌍둥이 둘째는 ‘두뇌파 아들’. 장애가 있는 아들이 혹시라도 사회적인 편견에 힘들어질까봐, 또 형으로 인해 동생이 마음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자는 의미였겠죠. 어머니와 가족들의 응원속에 이상혁 선수는 결국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되었고, 패럴림픽에 출전해 1등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그 꿈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쿠팡은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부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포상제도를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상혁 선수는 국내대회인 전국체전과 바레인 국제대회 수상으로 각각 쿠팡 트로피와 포상금을 받았다.

중3 때부터, 고1, 고2, 고3 그리고 쿠팡에 입사하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장애인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까지, 지금까지 큰 대회에 나가 딴 메달만 자그만치 25개랍니다. 이상혁 선수는 “대부분은 금메달인데 메달이 좀 많아서 비닐봉지에 보관하고 있는 것도 있다”며 쑥스러운 듯 싱긋 웃습니다.

“쿠팡 첫 월급 기념으로 온 가족이 소고기를 먹었구요. (웃음) 대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동생에게 용돈도 줬어요. 명절 때 나오는 쿠팡캐시로 운동 용품을 사기도 해요. 쿠팡 선수가 된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상혁 선수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합니다.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7시에 경주 집에서 나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울산광역시 중구 남외동에 위치한 장애인체육관에 도착하면 9시가 됩니다. 사실 울산지역 쿠팡 장애인스포츠단의 공식 업무(운동)시간은 월~목요일 9:00~13:30 까지 주 4일 출근하면 되지만, 이상혁 선수는 명절에도 나와 훈련을 하는 등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 한답니다. 근육이 경직되는 뇌병변 장애 선수들에게는 매일매일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상혁님은 재활로 시작한 운동을 직업으로 만들만큼 운동 자체를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입니다. 때로는 장애 특성으로 인하여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지도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본인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신체활동에 대해 습득력이 매우 빠릅니다. 다른 장애인선수들에게 이상혁 선수는 롤모델입니다.” 현재 울산지역 쿠팡 장애인선수단(펜싱, 볼링, 태권도, 육상 등)10명의 근무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최철규 캡틴의 얘깁니다.

특히, 이상혁 선수의 경우 더 이상 ‘재활 체육’이 아닌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처럼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엔 울산장애인체육관으로 출근해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개인적으로 헬스장에 등록해 저녁 11시까지 몸을 단련합니다.

이상혁 선수는 작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더욱 빠른 스피드를 위해 184cm에 80kg이던 몸무게를 63kg까지 감량했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햇빛 아래서 뛰다가 열사병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고, 내성발톱인줄도 모르고 참고 뛰다가 염증치료도 한바탕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달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혁아, 금메달도 좋지만 다치지 마라”

자식이 고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길 바라는 부모마음은 다 같겠죠. 이상혁 선수 어머니는 ‘아들이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공무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쿠팡 소속 선수가 되어 월급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답니다. 이렇게 국제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도전하고 노력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들이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랍니다.

“제 종목에서 한국에서 1등을 했고, 아시아에서도 1등을 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세계에서 1등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2024년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준비를 할꺼에요. 쿠팡에서 계속 달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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