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분들이라면 쿠팡 회사 홈페이지가 변한 걸 알아채셨을 겁니다. 쿠팡의 새로운 서체 ‘Coupang Sans’가 사이트 전체에 적용된 걸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죠. 쿠팡 채용 사이트에도 쿠팡산스를 적용해 전보다 더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해 쿠팡산스를 소개합니다. 쿠팡산스 제작기를 BX 팀(브랜드 경험, Brand Experience)의 김하예린 님과 서문홍익 님께 들어봤습니다.
* Sans는 ‘~이 없는’ 이란 뜻으로, 서체에서는 활자 끝에 꺾임이 없고, 선 굵기가 일정한 고딕체를 의미합니다.
“쿠팡 디자인 팀은 글의 모양을 그려내는 서체에 쿠팡만의 비즈니스 특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서체는 글 자체에 브랜드 이미지를 부여하는 도구이자 브랜드 가치를 드러내는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 쿠팡산스 서체 소개 중
2020년 봄, 쿠팡 BX 팀은 서체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그때부터 약 2년간 서체 제작사 산돌, typotheque와 협업해 지금의 쿠팡산스가 탄생했습니다.
BX 팀의 김하예린 님은 쿠팡산스는 더 빠르고 명확한 소통을 위한 서체인만큼 균형이 핵심이라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쿠팡의 다양한 고객들을 생각했을 때, 그 다양한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도 쿠팡을 표현하는 서체를 고민했어요.”
BX 팀은 쿠팡산스의 특징을 속도감과 균형감, 크게 두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속도감은 쿠팡의 정체성을, 균형감은 어떤 고객이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글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속도감
쿠팡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로켓배송이 아닐까요? 빠른 배송으로 대표되는 브랜드 특성을 글자에 담았습니다.
BX 팀은 속도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직선과 기울기를 택했습니다. 빠른 뉘앙스를 주는 직선 형태와 로켓배송 로고의 기울어진 형세를 서체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쿠팡산스로 쓰여진 위 알파벳을 보면 글자 끝이 직선형으로 쭉 빠집니다. 한글 서체의 모음 끝 마무리에서도 ‘a’나 ‘j’의 꼬리에서 보이는 직선의 표현법을 찾아볼 수 있죠.
또한, 쿠팡의 ‘ㅋ’, ‘ㅍ’을 살펴보면 쿠팡 로켓의 각도만큼 중심축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C’, ‘G’, ‘c’, ‘e’ 등의 알파벳 역시, 한글의 ‘ㅋ’, ‘ㅍ’ 처럼 중심축이 기울어졌고, 글자 끝은 살짝 뾰족하게 기울어진 형태로 마감됩니다.
모두 속도감을 글자에 표현한 결과입니다.
서체 설명과 더불어, BX 팀의 서문홍익 님은 “이번 서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이탤릭체”라고 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쿠팡은 배송, 배달 로고타입에 기울어진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탤릭체로 글이 쓰였을 때 글자가 어떻게 보일지 시작 단계부터 고려해 서체를 디자인했습니다. 똑바로 선 것을 억지로 눕힌 글자와 처음부터 뉘어진 형태로 태어난 글자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균형감
한편, 쿠팡산스는 ‘쿠팡산스 디스플레이’와 ‘쿠팡산스 텍스트’로 나눠 만들어졌습니다. 디스플레이 서체가 쿠팡의 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면, 텍스트 서체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PC와 모바일 화면에서 브랜드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좋지만, 고객이 받는 패키징 위의 작은 글씨가 잘 읽히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고객을 만나니까요.
동시에, 두 서체 모두 균형감 있는 형태로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한글의 경우, 로마자와 달리 여러 자소가 합쳐져 하나의 글자로 완성됩니다. 따라서 한글 서체의 가독성을 높이려면, 획과 획이 만나는 부분을 다듬고 여백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BX 팀은 서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형태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 읽기 힘든 부분을 수없이 조정했습니다. 서체는 만드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요.
“쿠팡에서 디자인하면서 배운 건 사용자에 대한 집착이에요. 무작정 디자이너가 보기에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누가 쓰는지, 그 사람에게 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지 찾습니다. 이걸 위해 쿠팡의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요.” – BX 팀 김하예린 님
쿠팡의 모든 것은 고객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쿠팡 디자인 조직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용자’ 라고 말할 정도죠. 쿠팡산스의 목표가 더 빠르고 명확한 소통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서체를 통해 쿠팡이 얼마나 멋진 회사인지 보여주는 것보다 사용자가 쉽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쿠팡에서는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한글날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쿠팡의 글.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심하게 사용하던 글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빠르고 명확한 소통을 위해 시작하는 쿠팡산스의 여정을 기대해주세요. 쿠팡산스는 점점 더 많은 곳에 적용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