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디자인은 여느 기업들의 그것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모든 의사 결정에는 데이터가 기준이 되고, 디자인의 영역을 화면 안으로 규정하지 않죠.
이런 쿠팡의 문화를 공유하는 ‘2023 Coupang Design CONNECT’(이하 2023 쿠팡 디자인 커넥트)가 지난 5월에 열렸습니다. 쿠팡 디자인 커넥트는 업계 UX 디자이너들과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네트워킹 행사로, 올해의 주제는 ‘선 넘는 디자인’ 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공유된 이야기 중 디자인의 한계를 넘는 쿠팡 디자인 이야기를 모아 소개합니다.
1.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데이터로 바꾼 쿠팡이츠 디자인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뜻이죠. 쿠팡이츠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맛있는 순간에 전합니다. 쿠팡이츠에게 믿음직한 배달은 고객 만족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배달 시간은 때때로 예상을 빗나갑니다. 축구 경기가 있는 금요일 밤이나 매섭게 비가 오는 날씨, 혹은 바쁜 매장 상황, 배달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예상 배달 시간 정확도를 높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에 국한해 고민하지 않고, 그 한계를 넘는 모든 해결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예상 배달 시간과 실제 배달 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조리 시간 입력에 있었습니다. 예상 조리 시간이 실제 걸린 시간과 달랐습니다.
특히, 실제보다 긴 예상 조리 시간을 입력하는 점주분들이 많았습니다. 바쁜 매장 상황에서 주문 메뉴, 수량, 주방 조리 상황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정확하게 예상 조리 시간을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팡이츠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PO가 힘을 합쳐 점주들을 돕는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정확도 높은 추천 조리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쿠팡이츠 팀은 모델 구축 전,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왜 이 모델이 필요한지 정리하고, 데이터 디자인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수집, 평가, 활용할 것인지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준비 단계 이후엔 머신러닝 모델을 설계했습니다. 프로토타입 환경 내에서 디자인한 머신러닝 모델을 여러 번 평가하고 개선해 모델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후 서비스 디자인 단계를 거쳤습니다. 개발 팀과 협업하여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고, 일부 점주에게 배포해 실제 환경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살피고 피드백을 분석했습니다.
추천 조리 시간 모델 도입 이후, 예상 조리 시간의 정확도가 올라갔습니다. 특히 차이값이 7~10분이던 주문의 차이값이 7분 이내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즉, 고객이 더 빠르게 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예상 조리 시간이 10분이 차이나는 것과 7분 이내로 차이나는 것, 3분이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끈한 음식이 식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쿠팡이츠의 디자이너들은 고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맛있는 순간에 먹을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더 나은 고객경험을 위한 디자이너의 일은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 화면을 넘어: 디자인 파편화에 맞서는 로켓 디자인 시스템
쿠팡에는 로켓 디자인 시스템, RDS가 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은 UI 키트, 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솔루션을 말합니다. RDS 팀은 쿠팡의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기준을 만들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이를 잘 준수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쿠팡에서는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중요시합니다. 단순한 비용 삭감이 아니라 근본적인 비용 절감을 추구하죠.
RDS 팀의 UX 매니저 옥연정(Jade) 님은 근본적인 비용 절감을 돕는 쿠팡 로켓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빠르게 테스트해 고객에게 개선된 기능을 선보이는 것은 쿠팡이 자랑하는 문화입니다. 하지만 긴 시간동안 쌓아왔던 문화인만큼, 앱 곳곳에는 여전히 쿠팡의 디자인 기준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상품 위젯도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상품 위젯은 현재 화면에서 바로 상품의 상세 페이지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든 미니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쿠팡에는 100개가 넘는 형태의 상품 위젯이 존재합니다. 폰트 사이즈, 간격, 노출 정보 등이 제각각이죠.
이렇게 파편화된 디자인은 아주 작은 한 가지 요소만 바꾸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많은 정보가 노출되는 상품 위젯 특성상 고객은 정보를 읽는데 긴 시간을 들이게 됩니다.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DS 팀은 디자인과 개발코드를 쿠팡의 기준에 맞게 하나로 정리해 RDS 상품 위젯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각각이었던 100여개 상품 위젯에 적용시켰습니다.
먼저 RDS 팀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 인식을 같이하고, 전략과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그 후, 디자인과 개발 코드 구조를 맞췄습니다. 수많은 테스트를 감당할 수 있도록 확장성 있게 RDS 상품 위젯을 설계하고, 디자인과 개발 코드를 정리했죠. 개발 측면에서는 위젯을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프레임워크를 구성했습니다.
이후, A/B 테스트를 거쳐 RDS 상품 위젯이 최종 채택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고객에게 일관되고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면서도,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A/B테스트로 검증된 기능을 선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개발시간을 약 83% 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RDS 이전에는 수정이 필요하면 100개의 상품 위젯을 일일이 변경해야 했지만, 이제는 RDS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RDS로 개발 생산성도 높아진 것이죠.
이처럼 쿠팡의 디자인 시스템은 근본적인 비용을 절감해 동료들을 돕고, 이로 인해 고객들이 더 나은 쇼핑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쿠팡에서 디자인은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업무의 경계를 넘어: 디자인만 하지 않는 디자이너
쿠팡의 디자이너들은 넓고, 또 깊게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런 ‘넓고 깊게’라는 가치는 문제 파악을 넘어 디자인 과정 전반에도 적용됩니다. 깊이 있게 문제를 파악해 해결하고 그렇게 찾은 해결책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죠.
‘디자인만 하지 않는 디자이너’ 세션에서는 쿠팡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고객 경험 전반을 디자인하는지 소개됐습니다.
쿠팡의 디자이너는 ‘UX Evangelism(UX 전파)’을 통해서 서비스 전반에 걸친 경험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UX Evangelism은 UX 가치와 테크닉 등을 팀 내외부에 전파해서 더 많은 고객들의 경험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쿠팡 앱에서 보이는 할인 쿠폰도 Deep Dive 와 UX Evangelism을 통해 크게 개선된 사례입니다.
쿠팡은 할인 쿠폰 적용 여부를 고객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바로 쿠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개선 전에는 쿠폰을 보고도 그대로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쇼핑 팀은 ‘쿠팡판매가’, ‘즉시할인가’ 등 각각 다른 할인 표현의 차이를 인지하기 힘든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객 인터뷰와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깊게 파고들자 진짜 문제가 보였습니다. 할인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인 여부 자체를 고객들이 인지하기 어려워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었죠.
그래서 쇼핑 팀은 고객이 쉽게 할인을 인지할 수 있도록 쿠폰 메타포를 가격 근처에 추가했습니다. 또, 쿠폰 메타포 개선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메타포: 익숙하지 않은 객체를 디자인할 때, 다른 익숙한 대상의 요소를 차용해 표현하는 것
개선 이후, 쿠폰이 적용된 상품들의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지 않고도 메타포의 통일만으로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고객이 쉽게 쿠폰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를 전사적으로 적용하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쇼핑 팀은 개선 결과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전반에 새로운 쿠폰 메타포를 활용할 수 있도록 RDS 팀과 함께 쿠폰 메타포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습니다. 또, 가격과 모든 종류의 할인 혜택이 일관된 형태로 보여지도록 커뮤니케이션 가이드에도 쿠폰 표기 규칙과 예시를 추가했습니다. 단순히 실험의 결과를 공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결과, 쿠팡 앱의 화면들부터 마케팅 배너에까지 일관된 형태로 쿠폰 정보를 노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객분들은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팀에게 개선 작업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실험이 중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엿볼 수 있듯 쿠팡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고객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디자인. 도전하고 싶다면 쿠팡 채용 사이트를 확인해보세요. 수천만 고객의 삶을 바꾸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취재 문의 media@cou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