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이라는 게 이게 한번 생기면 빼기가 힘들어요. 휠체어 배드민턴의 가장 큰 이점이 바로 이겁니다. 앞으로 숙이고, 뒤로 젖히며 콕을 쳐내니 복근이 생겨요. 뱃살이 생길 수가 없지요. 하하하. 장애인들에게 최고의 재활은 운동과 취업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두 가지를 쿠팡이 다 해주고 있어요. 쿠팡에 적을 두고 오랫동안 계속 운동하고 싶어요.”
대구시 장애인 체육센터에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쿠팡이 장애인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쿠팡은 2019년 8월부터 발달장애와 신체장애 선수들을 쿠팡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2021년 11월 현재, 10여 개 종목에서 전국 70여 명의 선수들이 쿠팡의 지원을 통해 일(운동)과 삶의 균형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쿠팡 소속 선수단으로서 매월 급여를 받고 훈련을 합니다. 기업 소속 선수들에게는 훈련을 하고 기량을 쌓아 대회에 출전해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곧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10월 20일에 개최된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쿠팡 선수단은 총 42개 메달(금 12, 은 11, 동 19)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여기, 전국의 쿠팡 장애인 선수단 중에서 그 ‘케미’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큼 합이 좋은 팀이 있습니다. 쿠팡 장애인 선수단 대구 배드민턴팀입니다. 장애인 배드민턴 종목은 좌식과 휠체어, 스탠딩 세 가지가 있는데요. ‘좌식’은 코트에 앉아서, ‘휠체어’는 말 그대로 휠체어를 타고, ‘스탠딩’은 비장애인 선수와 같은 방법으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고재원(21세), 이원섭(22세) 님은 스탠딩 선수고, 박희정(53세), 김석규(64세) 님은 휠체어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영기(59세) 님은 배드민턴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대구지역 쿠팡 선수단 9명의 근무를 챙기는 캡틴입니다. 이렇게 다섯 명은 2020년 7월 29일에 쿠팡 배드민턴 선수로 입사한 ‘입사동기’ 랍니다.
고재원, 이원섭 님은 티격태격 형제 같은 케미가 빛나는 청춘 선수입니다. 고재원 선수는 경북과학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이원섭 선수는 대구과학대학교 조리학과 2학년까지 다니다가 배드민턴에 푹 빠져 잠시 학교를 쉬고 있는 휴학생이기도 합니다. 둘은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스탠딩 배드민턴 부문 남자복식(동호인부)으로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메달은 따지 못했습니다. 배드민턴 복식은 팀플레이가 매우 중요한데요. 고 선수는 “코트 안에서 믿을 사람은 형밖에 없다”며 팀플레이를 자랑하고, 이 선수는 “재원이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좋은 동생”이라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대학도 조리학과를 갔는데, 어머니는 제가 전문 선수가 되길 바라셨어요. 제가 운동하는 모습이 좋으셨나봐요. 여자친구도 제가 배드민턴 선수가 되길 원해요 (웃음).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배드민턴 선수로 뽑혀 경기에 나간 적이 있는데, 큰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그 긴장감과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 기억이 좋아서 배드민턴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습니다.” – 이원섭 선수(스탠딩 배드민턴)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대학도 체육학과로 갔어요. 고등학교때 배드민턴에 빠져서 배드민턴 동호회에 들어갔고, 선수생활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드민턴 운동을 하면서 돈도 벌고 몸도 건강해지고, 그런 만족감이 대단히 커요. 나중에 선수를 은퇴하게 되면, 지도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배드민턴 종목에 특화된 지도자요. 우선은 내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예요.” – 고재원 선수(스탠딩 배드민턴)
고 선수를 포함한 배드민턴 팀 다섯 명은 월, 화, 수, 목 이렇게 일주일에 4일간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흥동에 있는 장애인 국민체육센터로 출근 합니다. 오후 1시부터 건물 1층 체육센터 헬스장에서 몸을 풀고, 바로 3층 배드민턴 경기장으로 올라가 5시 30분까지 훈련에 집중합니다.
박희정 님은 20대 초반, 컴퓨터를 납품하고 AS를 하는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지금은 가벼운 노트북이 대세가 된 시대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너무 크고 무거웠습니다. 소아마비 장애로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것이 부담이라 결국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인쇄 프로그램 도안을 배워 약 2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퇴근 후 운동 삼아 했던 배드민턴이 박희정 님을 결국 ‘선수’로 만들어 주었고, 마침내 쿠팡의 선수단이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쿠팡에서 상조 서비스 지원을 해줬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덕분에 장인어른 잘 보내드렸습니다. 저희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은 몸이 불편한 저를 항상 안쓰럽게 보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큰 기업에 입사해서 마음껏 운동하는 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이셨을 겁니다.”
박희정 님은 쿠팡 소속 선수단이 되고 나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배드민턴 라켓도 들지 못할 정도의 중증 장애인들이 집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것. 쉽고 재미있는 스포츠 종목을 발굴해서 선수들을 모아 함께 훈련하고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쿠팡 배드민턴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쿠팡 선수단으로서의 임무’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박 선수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휠체어 배드민턴 부문에 출전해 은메달(혼성 4인조)과 동메달(남자복식)을 목에 걸었습니다.
“저는 1살 때 소아마비로 48년간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비장애인들과 어울렸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척추측만증이 더 심해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위험했어요. 마흔여덟에 처음 휠체어를 타고 배드민턴을 쳤는데, 날아다니는 것 같이 좋았죠. 사실 18살 때부터 30년간 성당 성가대에서 합창을 하고 지휘도 했어요. 취미로 음악을 30년을 하고 나니 운동이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내친김에 장애인 배드민턴 심판 자격증도 취득하고, 장애인 경기지도자 자격증도 땄어요. 제가 건강 관리만 잘하면 칠십까지는 쿠팡 선수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휠체어를 타고 나서 비로소 ‘운동 선수’가 되고 배드민턴 심판으로도 활동한다는 김석규 님의 이야기입니다.
“97년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 마비가 됐어요. 그때 아이들은 3살, 5살이었고 재활치료를 제대로 못 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최근엔 아내와 커피숍을 하다가 코로나로 2020년에 폐업을 했어요.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던 중에 대구 지역 쿠팡 장애인 선수단의 캡틴으로 입사했습니다. 올해 쿠팡이 미국에 상장할 때, 선수단 모두에게 주식을 줘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주식이 얼마고 몇 주를 받았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회사가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이 캡틴의 고백입니다.
‘KBS 전국 장애인 가요제’ 등 유명 가요제에서 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이영기 캡틴은 현재 음악 관련 유튜버로도 활동 중입니다. 이 캡틴은 쿠팡 선수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가을날에 딱 맞는 노래 한 소절을 들려주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의 정취가 대구 대흥동 장애인 국민체육센터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노래 제목처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