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국 대선에서 많은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를 누르고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도 대부분 힐러리의 승리를 점쳤죠. 하지만 당시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는 ‘구글 트렌드로 당선자를 알아보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구글 트렌드의 트럼프 관련 검색량이 10월부터 힐러리 관련 검색량을 크게 앞섰던 것이죠. 구글 트렌드는 같은 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언론들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유럽연합(EU) 잔류에 무게를 실었는데요. 반면 구글 트렌드에 기반을 둔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잔류가 아닌 탈퇴를 정확하게 예측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구글트렌드”

구글 검색어는 물론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게시판, 뉴스 기사의 댓글 등을 분석하는 기술이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감성 분석 기술도 보다 고도화되고 활용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대중이 만들어 낸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살펴본 대한민국 이커머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네이버 데이터랩  

 

네이버 데이터랩은 구글 트렌드와 유사한 국내 서비스로 입력된 검색어의 검색 및 클릭 된 횟수를 합산해 조회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표현한 상대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 쿼리 점유율이 75%를 차지하는 만큼 네이버 데이터랩은 국내 온라인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2018년 한 해 동안 네이버랩 검색량 기준 상위 5개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선별해 검색량을 분석했습니다. 쿠팡 이외의 기업들은 각각 A, B, C, D로 표시했습니다. 모든 검색 행위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섞여 있기 마련이지만 검색량은 기본적인 관심도와 주목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커머스 사이트는 상품 구매를 위한 플랫폼이니 만큼 해당 검색어가 플랫폼으로 접근해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데이터로 볼 수 있습니다. 

 

365분의 358 = 쿠팡  

“주요 온라인쇼핑 플랫폼 전체 검색량”

쿠팡은 일 년 중 단 일주일을 제외하곤 줄곧 검색량 1위를 지켰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쿠팡의 압도적인 검색량 우위가 많은 것을 설명합니다. 실제로 전체 이커머스 검색량이 가장 낮은 날은 추석과 설 연휴 기간이었으며, 가장 높았던 날은 플랫폼마다 공격적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선보인 11월 1일이었습니다. 특히 2018년 11월은 월 검색량이 가장 높았던 달로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절’처럼 대한민국도 11월이 온라인 쇼핑의 성수기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사무실에서 쇼핑을 합니다? 

 

일 년 동안의 검색량 추이를 보면 한가지 패턴이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주 검색량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모습인데요, 이 경향은 일 년 내내 반복됩니다. 이 반복된 움직임의 중심은 ‘요일’입니다. 모든 플랫폼의 검색량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화요일에 최고로 집중되고,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는데, 이는 주초의 67% 수준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모바일보다 PC 검색에서 두드러집니다. 모바일 검색량의 경우 주초가 주말보다 22% 증가하는 데 반해 PC 검색량은 110% 이상 급증합니다. 무료한 월요일 오후, 사무실 PC로 쿠팡에서 쇼핑 중인 당신이라면 뒤의 시선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상사가 은밀히 월급 루팡을 찾고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PC의 숨은 강자? 모바일 앱의 진짜 강자! 

전반적인 검색량 추이는 PC와 모바일이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두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1) 쿠팡이 양쪽 모두 1위를 기록한 가운데 PC 검색량이 2위 그룹보다 2배가량 높게 나왔는데, 이는 모바일 검색량 격차보다 46% 높은 결과입니다. 2) 전체 검색량과 모바일 검색량에서 2위인 B 사이트는 PC 검색량에서는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전체 검색량 1, 2위의 두 업체 중 왜 모바일 커머스의 강자로 알려진 쿠팡이 PC에서 강세를 보이고, B 사이트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 아이러니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트래킹 되지 않는 각 이커머스 앱의 이용도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앱을 통해 각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은 모바일 쇼핑에서 네이버 검색을 거치지 않는 것이고, 이 경우 당연히 검색량에서 제외됩니다. 전용 모바일 앱 사용률이 가장 높은 쿠팡이 상대적으로 모바일 검색량에서 PC 검색량보다 낮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8년 12월 ‘대한민국 TOP5 쇼핑앱’ 사용자 분석 (출처: 모바일 인덱스)” 

실제로 모바일 사용량을 조사한 ‘모바일인덱스’의 쇼핑앱 사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일간, 월간, 주간 사용자 수와 일평균 사용 시간, 총 설치 기기 수 등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월간 사용자 수에서는 A 사이트, C 사이트, B 사이트가 그 뒤를 이었는데, 이는 네이버 데이터랩의 PC 검색량과 일치하는 순위로 위의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마성의 쿠팡, 여심을 사로잡다 

성별로 검색량을 확인해도 비슷합니다. 남성의 검색량은 쿠팡, A 사이트, B 사이트가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하반기로 갈수록 쿠팡이 점차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의 검색량에서는 쿠팡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을 중심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탄탄한 여성 고객층을 확보한 쿠팡은 그야말로 ‘엄마들의 쿠팡’인 셈이죠.

 

‘쿠린이’의 등장

연령대별 검색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쿠린이(쿠팡 어린이)’ 입니다. 앞선 결과와 같이 쿠팡이 전 연령대에서 1위로 나타난 가운데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검색량 결과를 눈여겨 볼 만합니다. 전체 검색량에서 5위에 그친 A 사이트가 50대에서는 2위, 60대 이상에서는 1위인 쿠팡에 육박하는 수준의 검색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A 사이트의 검색량은 현저하게 감소했습니다. A 사이트는 이커머스 초장기부터 20여 년간 이어온 플랫폼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려는 이용자의 특성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추측됩니다. 쿠팡의 경우 반대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상대적인 검색량이 증가하면서 2위 업체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쿠팡이 초기부터 모바일 환경에 맞춰 구축한 UX(User Experience)를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검색량, 그리고 미래

“2018년 네이버 검색어 결산(출처: 네이버 Search&Trend 블로그)” 

지난 12월 네이버가 한 해를 정리하며 발행한 최다검색어 자료는 이번 분석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네이버가 PC와 모바일로 나누어 연간 최다 검색어 순위를 발표한 이번 자료에서 쿠팡은 모바일에서 14위, PC에서는 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커머스 분야만 놓고 본다면 PC와 모바일 어디서든 쿠팡은 압도적으로 검색량 1위입니다.

어떤 조건으로 비교해봐도 검색량으로 본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국내 최고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20대 이하의 검색 결과에서 쿠팡과 타 사이트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쿠팡의 고공행진이 앞으로 가속화 될 것을 시사합니다. 물론 ‘검색량’이라는 한 가지 도구로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현재를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이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몸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엑스레이처럼 유용한 도구입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의 트렌드 속에서 앞으로 이커머스 지형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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